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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손가락, 홍길동 할머니

아이들의 오른손은 모두 V였다



어느 순간


학급

아이들의

오른손은

모두

V자 모양이었다.


심지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에도

가슴에 올린 오른손은

모두

V자였다.


왜냐하면

담임 선생님의 손이

V 자 모양이니!







아침의 선율에 물결치는 호수 공원,

나는 늘

그곳을 산책했다.


그날도

흔들리는 수거봉투와 함께 나타나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새벽녘의 허름한 옷차림으로도 무엇인가 우아한 풍기를 내뿜으시는 분이었다.

쓰레기를 줍는 그 민첩한 손놀림과 발걸음은

마치

무대 위의 무용수처럼 보였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나는 그녀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 할머니는 나의 상상 속에서

'홍길동 할머니'로 불려지게 되었다.

그의 발걸음은 달리는 바람처럼 가볍고,

그의 행동은 숨겨진 영웅처럼 고결했다.

며칠 후,

나는 호수를 따라 걷다 그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서로의 시선이 만났고,

나는 그분의 손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는 자신을 '7손가락의 여인'이라고 소개했다. 오른손은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할머니는 한평생 초등학교 교사로서 교단을 지키셨고,

마지막은

교장으로 퇴임하셨다고 했다.


짧은 시간

할머니의 교사 시절 이야기는

같은 길을 걸어온 나를 울렸다.


"글쎄, 우리 학급 아이들의 오른손은 모두

V자 모양이 되어 있었어요.

심지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에도

가슴에 올린 모든 손이 V자였어요.

내 오른손을 닮고 싶었나 봐요"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지만.

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그런 불편한 손으로도 쉴 새 없이 환경을 지키시는 그분의 정성은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퇴직 후에도

이렇게 조용히 사회에 기여하고 계시다니,

이는 어떤 무형의 교훈보다 더 큰 가르침이 아닐까?

그날 이후,

나는 그 할머니를 볼 때마다 내 두 손을 바라보곤 했다. 나의 열 개의 손가락은 왜 이렇게 부끄럽게만 느껴질까?

그 할머니의 일곱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과 헌신은 나의 두 손이 지닌 것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그 할머니처럼 내 손가락을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다.

그 할머니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세상은 그 할머니처럼 작지만 강한 힘으로 가득 차 있고, 우리 모두는 그 힘의 일부이자 그 힘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내 가슴 깊이 새기며 나도 산뜻한 발걸음으로 호수 공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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