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06. 2023
열무 김치 보리밥과 된장찌개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분다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 때
텃밭에서
막
뽑아
뿌리에 흙 묻은
연한 열무 한 움쿰
듬성듬성
손으로 성글게 잘라
양푼에
보리밥과 고추장
참기름을 대충 둘러
썩썩 비빈다.
짜글짜글 끓인 된장찌개
곁들여
크게
한 잎 넣는다.
ㅡ
열무김치와
된장찌개의 매콤하고
진한 맛이
그리운 사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 음식에
담긴 맛은,
진한 가을의 색채처럼
마음에 스며들며,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움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가을의 바람이
얼굴에 부딪히며,
나무 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마음의 한 구석을
따뜻하게 만들 때,
그리운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누구나
그런 사람이 있다.
지나간
추억 속에서,
그리운 사람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잠시 동안은
현실처럼 느껴지곤 한다.
열무김치와
된장찌개.
이 두 음식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맛을 담고
있지만,
각자의 감성과 함께
먹게 되면
그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어쩌면,
그리운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그 맛을 느끼는 것은
마치
그 사람과
다시 한 번 만나는 것과 같은
기쁨을 주기도 한다.
가을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움켜잡는
계절이다.
추억의 계절,
그리움의 계절.
그리운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이
올 것을 바라며,
열무김치와
된장찌개를 한 술 떠본다.
그 순간,
마치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던
그 때처럼,
행복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가을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