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재해자의 배우자로 살아남기

    남편은 산재요양을 한지 5년을 넘어가고 있는 피재자로, 중증요양상태 3급이다(중증요양상태 :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에 따른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으로 노동능력이 상실되거나 감소된 상태로서 그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

    옛말로하면 폐질등급이라고 하는데, 중증요양상태 3급에 간병등급은 2등급을 받고 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즈음 공동간병으로 전환되면서 일시적으로 3급으로 내려갔던 적을 제외하면 계속 간병등급 2급을 유지했다. 

    피재자의 담당 근로복지공단 지사는 '주 병원'에 따라 변경된다. 남편이 입원했던 병원은  A지사이고, 퇴원하여 통원하게 된 병원은 B지사이다. 그리고, 중증요양상태와 간병등급의 재판정시기가 도래하여 그 처분이 A지사에서 이루어졌고, 퇴원과 동시에 전원이 이루어져 현재는 B지사에서 관리를 하게 되었다. 

    A지사에서 전화가 왔다.

"간병등급이 3등급으로 하향조정이 되었으니 청구하신 간병비가 다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남편은 요붕증을 앓고 있고, 현재 소변을 가리지 못한 채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으며 거동이 어렵다. 이에 퇴원 전, 근로복지공단에 보장구를 요청하여 휠체어를 처방받았다. 

    요붕증 환자의 소변량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낮에는 어떻게든 화장실을 가라고 유도하니 여차저차 해결을 보긴 한다만 “움직이는” “요붕증” 환자에게 기저귀란 무쓸모… 어째서 쉬를 했는데 상의와 하의와 베게까지 젖는게냐… 하루종일 이불빨래를 하는 친정엄마와 나는 급작스러운 간병에 수시를 넘어서서 상시간병을 하게 되었는데, 대체 무슨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에 입원기한을 다 채우지 않은 채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퇴원을 결심했고, 내가 왜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구구절절하게 마음을 다하여 썼던 의견서는 대체 어디로 갔는지, 그들은 남편이 통원을 한다는 이유로 간병등급을 3등급으로 하향시켜버렸다.

"해당 등급에 이의신청을 해야할 것 같아요."

    그러자 직원은 다급히 말한다. 

"피재자분은 상태가 상시 변경이 되시는 분이시니 실제로 간병을 해보니 상태가 변경되었다고 B지사에 가셔서 신청하셔도 됩니다."

    내가 산재 피재자의 배우자로 산지 5년이 넘었다. 

    행정절차에 이의제기를 하는 기한은 90일로 제한되어있다. 이 기한을 넘어가면 내가 정정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남편은 입원기한 내내 간병 2등급을 받다가 통원이 시작되자마자 간병 3등급을 받았고, 몇일만에 다시 간병 2등급을 신청한다고 근로복지공단이 그것을 인정해줄까? 그렇다면 '간병 3등급 받으셨을 때 왜 이의제기 안하셨어요?'라고 묻지 않을까?

    나는 'A지사의 직원이 자신의 손을 떠나간 피재자의 행정업무를 처리하기 번거로워서?', 혹은 '배우자인 내가 까탈스러운 민원인이라서?'. 그래서 이런 다정한 변명을 하는게 아닌지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언제나 늘 그랬듯, B지사와 A지사와 근로복지공단 본사를 들쑤셔가며 이 진실에 대한 답을 들어야 할터. 

    그리고, 내 남편이 어떤 상태인지 증명을 하고, 남편의 권리를 찾아줘야 할 터.

    스스로 하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배우자인 내가 발로 뛰어야 할 터.

    다시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