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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Jun 11. 2024

남미 에필로그

새 여정의 시작


1.

 늘 그랬듯이 이 여행도 꿈결같이 지나간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이렇게 아름다운가, 사람들이 이렇게 곳곳에서 살고 있는가.

남미는 '더 나이 들기 전에' 큰마음먹고 오는 사람이 많다. 체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행 중 70대 중반분이 계셨다. 처음엔 깜놀. 그러나 뉘보다 탈 없이 완주하심. 

 여행에 참여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준비한 체력 훈련, 여행사에서 받은 체력검사 이야기를 해주신다. 합격! 

그분의 열정에 경의를...

다리 떨리기 전에, 가슴 떨림이 사라지기 전에 와야 한다고 한 일행이 말한다. 다녀본 사람은 안다. 모두 공감.

젊은이들은 역시 젊은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자유롭게 다닌다. 난 이런 것이 너무 기특하다.


2.

 코파카바나 카페에 앉아 남미여행을 정리한다.

 

 일단 아쉬운 점.

 여행을 계획할 때 무사히 잘 마치기만 하면 일단 성공이란 생각을 한 여행이다.

긴장과 걱정과 염려가 여행의 설렘이나 떨림, 호기심 이런 준비 단계의 마음가짐을 약간 눌렀던 것 같다.

기우!


 자유여행 반, 패키지 반 정도의 여행으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어떻게 다녀야겠다 준비하고 갔으나 치안 등의 문제로 그룹을 지어 다니는 일이 잦았다. 가이드가 불편한 것들을 해결하거나 안내해 주니 우리가 적극적으로 알아보지 않게 되면서 여행의 긴장감과 투박함이 떨어지기도 했다. 

 같이 움직이는 게 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들끼리 그룹이 되고 함께 엮이면서 본의 아니게 우리는 따로 떨어지게 되는 일도 있어 어색하거나 불편할 때가 있었다.  

이 정도가 아쉬운 부분이고 그 외,


 지구에 대하여.

 각 나라의 굵직한 장관을 볼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을 영접할 때,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 대한  찬탄과 참회의 맘을 놓을 수 없었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에서 이제 갓 태어났을 뿐인 인간이 이 지구에 남긴 생채기들이 어떤지 아는데, 그 인간만 다시 사라져 준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운 세상일까를 알겠는데, 여전히 건강하고 아름답게 그 자리를 지켜주는 지구상의 풍경들에게 어떻게 감사와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참회를 해야 할까. 


 사람에 대하여.

 여행을 다니면서 역시 다양한 사람을 본다.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 다닌 곳 자랑하는 사람, 권위적인 사람, 폼을 잡는 사람, 조용한 사람, 경청하는 사람, 배려하는 사람, '내공이 장난 아니네' 느껴지는 사람...  거기는 나의 모습도 있고, 부끄럽기도 하고 움찔하기도 하지만, 이게 왜 안 고쳐질까....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비쳤을까. 어르신은 우리 보고 좋아 보인다고 하신다. 그러나 나는 남에게 큰 도움을 주거나 성심껏 배려를 하거나 그렇지 않다. 불편을 끼치지는 않으나 살갑지 않은 사람.... 여행을 그리 다니면서도 둥글지가 못하고 까칠하게 산다. 

사람이 여행 다닌 값은 해야할 텐데....



3.

 여행기를 올리는 이유 중 중요한 것!

제자들, 체력 다지고 돈도 차곡차곡 잘 모아서 많이 싸돌아다니시길!


 발령 초기에는 해외여행이 금지된 때였다. 방학 때마다 국내 여행을 다녔다. 집에 돌아오면  내 책상에는 아이들에게 온 편지들이 있었다. 개학하면 선생님이 여행한 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귀까지 반짝이며 들었다.


 해외여행이 가능해졌을 때는 일 년간 모은 돈으로, 혹은 적금을 깨면서 무조건 떠났다. 우리 집 아이들을 데리고...

제자 녀석들은 이제 편지 대신 메일을 보내는 문화로 바뀌었지만, 개학하면 첫 시간은 역시 여행이야기였다. 국어과목은 뭐든지 가능한 시간이어서 좋았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흔해지고 TV의 여행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은 여행이야기에 더 이상 호기심이 반짝이지 않았다. 

공부에 치인 아이들에게 여행은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거나 너무 먼 훗날의 이야기로 들리는 모양이다


 교단 마지막 제자가 될 우리 반 녀석들에게 여행지에서 엽서를 쓴다. 좋은 공부하고 자유로운 꿈을 품고 훗날 꼭 오니라. 선생님이 그럴 너를 생각하며!


 

4.  감사 인사

  보고 싶은 딸 아들에게, 지인들에게, 자연에게,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해 주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에서.


5. 첨부

 한 여정이 정리되듯, 내 청춘의 한 시절도 정리가 되나 봅니다.

 '명퇴 대상자로 확정됐다'라고 메시지가 뜨는군요.

드디어 내게 새로운 여정이!

seoul행을 기다리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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