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누고 비우면 채워지는 행복

'진솔한 마음을 나누고, 욕심을 비우고, 행복을 채우는 것'

by 민스방

누구나 살아가면서 만족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만족은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해서 마음이 흡족함을 뜻한다.

한자로 보면 가득 찰 만(滿)과 발족(足)으로 물이 발목까지 차면 모자람 없이 넉넉하다고 옛 선인들은 가르쳐 주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행복은 욕심을 최소화할 때 얻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사람마다 삶의 이유와 가치를 제각기 발견하면서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 따라 만족함은 다를 수 있다. 또한 살아가면서 오랫동안 반복하다 보니 몸에 밴 행동을 버릇이라고 한다.

버릇처럼 일상을 지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상이 멈춰 섰을 때 행동뿐만 아니라 마음도 혼란스럽다.

30년 가까이 직장과 집을 오가는 것이 버릇되어 편안함에 호사를 누리다가 두 번에 걸쳐 직장의 울타리 밖으로 튕겨 나갔다.

처음 직장의 울타리를 넘었을 때는 생명줄 같은 퇴직금으로 음식점을 차려 호기를 부리다가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울타리 밖의 냉혹함을 경험했다.

운 좋게 다시 편안함을 찾아준 직장을 얻게 되어 온 힘을 써가며 열심을 내다가 두 번째 울타리 밖으로 내동댕이쳐졌을 때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첫 번째 경험이 반면교사가 되어 섣부른 생각과 행동이 아닌 주어진 쉼 속에 보이는 것을 찾게 되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웃지 못할 농담처럼 백수가 되어 비로소 주변을 살펴보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아니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남들 일로만 알았던 마을살이도 느껴보고 분야는 달라도 나보다 더 능력 있어 보이는 사람이 어쩌다 백수가 되어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함께 해봤다.

이렇듯 그동안 직장의 울타리 안에서만 애써 분주함을 쫓아다니다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덕분으로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본다는 핑계로 가족의 생계를 재촉하는 시간을 억누르고 잠시 멈추어서 긴 호흡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뒤안길을 깨닫고 스케치된 그림에 채색하듯이 깨달음의 씨를 흩뿌려서 글 밭을 가꾸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학교에서 점심 급식으로 돈을 내고 먹는 우유와 빵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 집 형편은 학교 급식을 신청하기에는 가난했다. 그렇지만 그때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래들이 많아서인지 불만은 없었다.

가끔 돌아오는 급식 당번 날에는 급식 봉사로 우유 빈 병을 회수해 되가져다 놓으면서 병에 남겨진 우유를 모아 한 모금의 우유 맛을 느껴보는 호사를 누렸다.

어쩌면 봉사활동으로 얻어진 우유 한 모금이 봉사의 달콤한 대가로 만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 봉사는 자기만족에 따른 보람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느꼈던 것 같다.

겨울철에 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욕심에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신문 배달하고 모은 돈으로 스케이트를 사서 그해 겨울 찬바람을 가로지르며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어린 시절을 보내며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경제적인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스스로 목적을 정하고 실천하여 얻어지는 결과에 만족하면서 이런 환경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생각은 내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했다.

이 글 밭을 꾸리면서 지나온 날들의 흔적을 되돌아보니 좋은 일도 많았지만 시대적인 어려움 속에서 감추고 싶은 아픔과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도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아픔과 고통이 없었다면 작은 나의 존재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지나온 세월의 풍파를 온전히 겪어냈기에 내가 보듬고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대로 바로잡아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발걸음에 덧붙여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거나 현실의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나누는 것이 크든 작든 내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면 그만큼 또 채워진다고 한다.

소중하다고 아깝다고 간직하기만 하면 나중에는 쓸 수도 없는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풍요로운 마음을 나누면 마음의 평안과 행복으로 채워진다. 우리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좋은 감정들을 갖고 살아가다 보면 행복한 감정에 빠져든다.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지금보다 더욱 불행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필연적으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일 것이다.

철부지 어린 시절을 지나 주변 환경 탓에 제 또래와 같지 않게 애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작은 몸짓에 배인 커다란 삶의 가치를 느꼈던 것이 나에게는 큰 행복이었다.

이제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보고 진정 어른으로서 살아가야 할 모습을 이 글 밭에 밭고랑을 내어 다섯 모둠의 밭이랑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첫 밭이랑은 철부지 어린 시절에서 애어른을 거치며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두 번째 밭이랑에서는 물정 모르는 사회 초년생이 가난과 외로움으로 덧씌워진 어둠을 뚫고 달려 나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세 번째 밭이랑에서는 열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담대함을 핑계로 대책 없이 직장의 울타리를 뛰쳐나가서 겪게 되는 일들을 정리했다.

네 번째 밭이랑에는 직장 울타리 밖의 냉혹함을 경험하고 돌아온 직장에서 열심을 내었는데도 쫓겨나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게 된 과정을 다루었다.

다섯 번째 밭이랑에서는 시련과 고통 속에 단단해진 마음 근육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선한 영향력을 쌓아가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가치를 그렸다.

이렇게 글 밭을 가꾸고 보니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과 나눔과 배려를 통해 기쁨과 보람을 나누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더욱이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널리 전염시키며 더불어 사는 모두가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을 꾸미는 재미에 빠져 있어서 더욱 행복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렇게 소소한 내 삶을 글 밭으로 엮어서 책으로 펴내다 보니 작고 왜소한 내 삶의 뒤안길을 긁적인 것 같아 부족함에 염려도 앞선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를 엮어서 글 밭을 매다 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엇비슷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공감하는 부분도 더러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라는 이 책의 제목 '나누고 비우면 채워지는 행복'처럼 앞으로 살아가면서 서로 나누면 기쁨이 얻어지고 비우면 보람으로 채워지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여정에 함께 할 사람들과 지금의 삶의 가치를 내일의 행복으로 바꾸어 가는 가슴 벅찬 희망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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