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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스방 Jul 27. 2024

메타버스와 아날로그 행복

한여름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식지 않고 이어져 심술궂게 열대야를 만들어 밤새 잠자리를 뒤척거리게 만들더니 새벽부터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던 주말 아침이었다. 

나처럼 열대야와 밤새도록 싸웠는지 막내딸이 투덜거리며 거실로 나왔다.    

친구들과 함께 가기로 한 둘레길 플로깅(plogging) 약속을 비 때문에 취소했다며 잠시나마 무더위를 날려 시원함을 가져온 단비를 원망했다. 


막내딸의 투덜대는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온 아내에게 비 오는 날에 제격인 수제비를 해달라고 졸라서 막내딸과 식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즈음 막내딸과 같은 젊은이들은 건강을 위하여 산책이나 조깅을 하면서 환경보호를 위해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을 즐긴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로깅은 스웨덴어 ‘플로카업(Plocka upp, 이삭 줍기)’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MZ 세대의 유행이라는 막내딸의 말에 MZ 세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막내딸이 스마트폰에서 기사를 찾아 알려준 MZ 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하면서 자란 세대이고 Z세대는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이다. 또한 MZ 세대는 사회 병리 현상과 이슈에 적극적인 소리를 내고 SNS를 통해 온라인 모임을 활발히 하며 메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 일상생활을 꿈꾼다고 한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이나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조합한 단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말한다. 

MZ 세대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고 가상세계에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스스로를 표현하고 메타버스 속에서 그들은 새로운 문화를 꾸준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또한 가상공간 속에서 돈을 주고 아이템을 사기도 하고 창작 활동으로 돈을 버는 경제활동도 가능하다.  

이들에게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꼰대 세대를 살아가는 나는 막내딸과 식탁에 앉아서 요즈음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메타버스를 즐기는 MZ 세대와 중년의 꼰대 세대가 어떻게 하면 생활 속에 세대공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인 사람들의 물리적 공간에서도 공통으로 느끼는 사람다움을 존중하는 휴머니즘은 언제나 가치 있게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휴머니즘을 메타버스가 아닌 현실 속에서 찾아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아침에 아내가 몸이 아파서 평소에 다니던 동네 병원인 살림의원을 찾았다. 

우리 집 주치의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조금 더 상세한 진료를 위해 소견서를 써서 인근 대학병원을 안내해 주어 진료를 받았다.      

살림의원은 동네 주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병원이다. 

언제나 사려 깊은 진료로 진정한 주민들의 주치의로서 진료뿐만 아니라 마음치유를 위한 여러 가지 건강 동호회 활동으로 생활 속에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 


처음에 가정의학과로 시작한 진료과목을 치과와 한의원으로 진료의 영역을 넓히고 안심하고 나이들 수 있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지역사회 돌봄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돕고 있다.

주민이 주인인 병원에서 진정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주치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건강하다.  

살림의원 근처에는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두레생협이 있다.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서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돌보는 두레생협도 주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가게이다. 

농촌의 농민들은 친환경 유기농의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도시의 두레생협 조합원들은 건강한 농산물을 사서 먹는다. 때로는 주민들과 함께 생산지 견학을 하면서 농촌의 생산자와 소비자인 도시 주민들이 서로 알아가며 신뢰를 쌓아가기도 한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농촌에 사는 농민의 경제적인 삶이 유지되고 도시에 사는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환경과 생명 지키기 운동으로까지 교류를 넓혀 가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으로 생산한 두레생협의 건강한 먹거리와 식자재는 부모들이 모여 공동육아로 운영하는 ‘소리 나는 어린이집’ 아이들의 점심과 간식으로 제공된다.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 ‘소리나는어린이집’은 공동육아 뜻을 가진 부모들이 출자하여 교사와 함께 운영하는 영유아 어린이집이다.      

이곳에 어린이들은 그 또래의 학습 교육뿐만 아니라 생태 나들이를 통해 자연을 접하고 생활문화를 배우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소리나는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생태체험 놀이를 하려고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에서 가꾸는 텃밭에 우르르 몰려갔다. 아이들은 텃밭 지기 도시농부의 설명을 들으며 고추밭에 물도 주고 감자도 캐고 즐겁게 놀면서 자연을 배운다.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은 한 가정 한 텃밭 운동을 벌이며 동네에서 자연농법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음식물 퇴비를 사용하는 자연순환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골목 텃밭 만들기, 동네부엌, 공유밥상, 슬로푸드 운동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학교, 지역아동센터, 복지관 등에서 도시농부학교를 열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생태 텃밭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느 날인가 아내와 함께 자연 생태계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마을도서관에 갔다. 

자연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생태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서로 영향을 주는 생물과 생물 간 관계가 중요한 것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 맺음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렇듯 도서관이 책이니 빌려보고 조용하게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장소로 변해있었다. 도서관을 위탁 운영하는 ‘도서관마을사회적협동조합’은 주민의 입장에서 운영되는  마을살이 도서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도서관에서 책이나 강좌로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를 말해주듯이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 해결해 나가는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우리 곁에 있다. 

주민들이 출자금을 모으고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여 태양과 바람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통해 햇빛발전소를 세워나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에너지 절전을 위한 에너지 컨설팅을 실시하여 재생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구민 축제 등 지역행사에 참가해 재생 에너지 부스 설치하여 태양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주민들에게 체험을 통해 알리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 가는 주민주도형 축제를 ‘자바르떼사회적협동조합’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는 문화예술인 조합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여 공공적인 문화예술 활동으로 지역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서로 다른 협동조합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역사회의 여론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시민신문협동조합’에서 뉴스 보도를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나는 금융협동조합인 신협에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각기 다른 협동조합을 한데 묶어서 ‘협동조합협의회’를 만들어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해 서로 돕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출자금을 모아 병원을 만들 때 더딘 사업 진행을 돕기 위해 신협에서 병원 건물 임차를 위한 대출을 해주었다. 병원이라는 실체가 생기고 의료의 진정성이 소문이 나면서 병원 경영은 이익이 발생하고 대출금은 모두 상환했다.      


또한 살림의원은 도심에 있지만 걷지 못해 병원을 올 수 없는 환자를 위해 환지의 집을 찾아다니며  왕진을 한다. 무가운 의료장비를 매고 다니는 그들을 위한 내 직장 신협에서 왕진차량을 마련해 주었다.

두레생활협동조합이 판매장을 새로 낼 때도 낮은 금리의 대출로 도움을 주고 소리나는어린이집 사회적협동조합이 어린이집을 마련할 때도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었다. 

이외에도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햇빛발전소를 세울 때에도 어김없이 낮은 금리의 대출로 지역사회에서 좋은 일을 하는 그들을 도왔다.      


이들 협동조합도 모든 금융거래를 우리 신협으로 집중한다. 

협동조합끼리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크든 작든 서로 쌍방향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이는 신협은 지역사회의 생활금융으로 

‘신협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입니다.’

슬로건을 내걸고 사람 중심의 금융을 실천하며 각각의 협동조합들이 잘 성장해 나가도록 함께 참여하며 돕고 있다.  또한 사람의 온기를 따뜻하게 품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이기심과 욕심을 '비우고' 행복을 '채우기' 위해 앞글자를 모아  '나비채' 문화센터를 만들어 일상의 행복을 함께 나누고 있다.


나는 이런 협동의 삶과 더불어 내가 사는 동네의 주민자치회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생활 편익과 문화적 소통을 이루어가는 생활 민주주의의 실천의 장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은 민관협력을 통해서 주민들이 스스로 행복해지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주민들이 서로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마을의 참살이인 것이다.      

이렇게 협동의 삶을 나누고 함께 어우러져 보다 살맛 나는 즐겁고 행복한 동네를 만드는 기쁨이 있다.

더불어 내 직장 신협의 건실한 경영을 이끌고 조합원으로 구성된 두손모아봉사단과 함께 지역사회에 어려운 이웃을 살펴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진솔한 삶을 살아가는 참 행복을 누리고 있다.  


막내딸과 식탁에 마주 앉아 MZ 세대를 주제로 나누었던 이야기를 통해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 속을 넘나드는 공간의 벽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참살이의 행복은 공간의 벽을 넘어 결국은 세대공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다.

그러면서 고통이 준 겸손의 지혜는 선한 영향력임을 깨달았다. 그것을 밑천으로 앞으로 이어지는 삶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욕심과 이기심은 비우고 행복을 채우는 나비채의 삶을 잘 가꾸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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