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사람 사는 일

#7

by 삼류작자

덜컹거리고 흔들리는 좁은 봉고차 안에서 정숙은 자신의 배를 때렸던 남자 옆에 앉아 몇 시간을 이동했다.

앞 좌석에서 연신 피워대는 담배 연기 때문에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 안쪽이 따끔거렸다.

숨을 깊이 쉬지 못하고 짧게, 끊어 들이마셨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옆사람의 어깨나 팔이 닿았고,

낯선 숨결이 바로 귀 옆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정숙은 본능처럼 숨을 죽였다.

중간에 한 번, 장난처럼 가장된 손길이 허벅지 쪽으로 뻗어왔다.

정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도, 소리를 내야 한다는 판단도 머릿속에서 동시에 사라졌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느낌뿐이었다.

그때,

정숙이 신기한 듯 중간중간 뒤를 살피던 팔계가 으름장을 놓듯 낮게 말했다.


“이 새끼가 죽고 싶어?.”

짧게 경고하자 그 손은 마지못해 물러났다.

정숙은 문득, 처음 고아원으로 가던 날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어른들 사이에 끼어 있던 일곱 살 아이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때는 품에 봉제인형이 있었고, 지금은 옷가방이 있다.

정숙은 가방을 인형처럼 꼭 끌어안은 채 몸을 최대한 작게 웅크렸다.

팔계의 손을 거치는 여자들은 대개 비슷했다.

가진 것 이상을 누리려 사채를 쓰고, 유흥가를 전전하다

거기서조차 버티지 못해 빚을 정리하려 차에 오른다.

그것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나이와 얼굴, 몸값이 아직 남아 있을 때만 팔계의 손을 거쳐 일본으로 보내졌다.

간혹 한 번 다녀온 뒤 정상적인 루트로 가지 못해 스스로 다시 연락해 오는 여자들도 있었다.

어쨌든, 자세한 사연은 몰라도 이래나 저래나 대부분은 비슷한 부류들이었다.

그런데 긴 이동 내내 몸을 굳힌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정숙을 보며 이 일을 감정 없이 해오던 팔계는 괜히 안쓰러웠는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날씨 이야기, 돈 이야기,

자기 젊을 적 얘기 같은 것들.

어찌 보면 의외로, 팔계라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보였다.


“아까 그… 벼룩 같이 생긴 새끼가 니 남편 맞제?.”

그는 백미러로 정숙을 한 번 흘끗 보며 말했다.


“그 인간이 돈 받고 팔아넘긴 기라카던데. 어쨌든 돈만 갚으면, 다시 집에 갈 수 있을 기다.”

정숙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원래 이런 식으로 일 안 하는데…”

팔계는 영 납치해 가는 꼴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말끝을 흐리며 혀를 찼다.


“에이, 씨발.”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괜히 분위기를 무마하듯 덧붙였다.


“거, 봐라! 어이! 너무 겁먹지 마라. 다 사람 사는 거고, 다 사람이 하는 일인기라.”

그 말은 위로처럼 들렸지만, 정숙에게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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