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9

by 삼류작자


어촌의 작은 부두.

유난히 어두운 밤이었다. 거기에 보슬비까지 내려 잔잔히 바닷물과 경계 없이 섞였다.

부두 끝에 묶인 작은 어선 하나가 물살에 맞춰 낮게 끼익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팔계와 부하들의 손짓에 여자들이 하나둘 배로 올라갔다.

누군가는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서로를 붙잡았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이 발을 옮겼다.

후레쉬 불빛이 어둠 속을 난폭하게 가르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빛이 비칠 때마다 젖은 얼굴, 떨리는 손, 비에 젖은 신발 끝이 잠깐씩 드러났다 사라졌다.

팔계는 선두에 서서 목청을 돋웠다.

비와 파도 소리 속에서도 그 목소리는 이상하게 또렷했다.


“한놈.”

여자 하나가 배 위로 올랐다.


“두시기.”

또 한 명.


“석삼.”

발걸음이 겹치고, 누군가 숨을 들이켰다.


“너구리.”

“꼴뚜기.”

이름도 아니고 숫자도 아닌 구호에 맞춰, 여자들은 마치 짐처럼 차례차례 배에 실렸다.

정숙도 가방을 꼭 끌어안은 채 그 흐름에 섞였다.

팔계의 구호와 부두의 나무 판자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 귀에 들어왔다.

그때 팔계가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야야, 팔보채 어디 갔어. 팔보채.”

잠깐의 공백.

엔진 소리도, 파도 소리도 순간 멀어진 듯했다.

어둠 너머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여기 있어요.”

민정이었다. 후레쉬 불빛이 그쪽으로 흔들리며 쭈그려 앉은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팔계의 부하 하나가 급히 끼어들었다.


“아, 갑자기 오줌 마렵다길래요.”

팔계는 혀를 찼다.


“아, 됐고.”

손을 크게 내저으며 말했다.


“자자, 어서 타라꼬. 비 더 온다.”

그 말과 동시에 다시 움직임이 시작됐다.

서로 부딪히는 어깨, 급해진 발걸음, 젖은 숨소리.

어선은 점점 무게를 받아 낮게 가라앉았고, 부두와의 틈이 서서히 벌어졌다.

후레쉬 불빛이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흔들렸다가 꺼졌다.

그 어둠 속에서, 여자들은 각자의 사연을 말없이 끌어안은 채 바다 위로 밀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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