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어둠이 낮게 깔린 무렵.
대문 앞까지 렌조가 유리코를 배웅했다.
렌조는 저녁 식사가 고맙다는 말을 하려 했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데는 영 서툰 사람이었다.
“今日……”
(오늘……)
유리코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못 들은 척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신발을 고쳐 신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よかった。雨、止んだね。”
(다행이네. 비가 그쳤네.)
허리를 펴고는 한 번 더 집 안쪽을 흘끗 바라봤다.
집 안은 조용했다.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産婦人科は、いつ連れてくつもり?”
(……산부인과는, 언제 데려갈 생각이야?)
유리코의 말투에는
조심도, 머뭇거림도 없었다.
마치 늘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아 온 상대와 대화하듯 담담하고 일상적이었다.
렌조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대문 기둥에 손을 짚고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 ちょっと、問題があって。”
( 조금 문제가 있어서요.)
유리코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問題?”
(문제?)
렌조는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짧은 뜸.
그리고 굳어 있던 표정을 지우듯 숨을 한 번 고르고 말했다.
“数日したら……”
(며칠 있다가……)
“その時、頼んでもいいですか。”
(그때, 같이 가줬으면 합니다.)
유리코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이유도, 사정도 묻지 않았다.
그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いいよ。”
(그러시던지.)
몇 걸음 옮기다 말고,
유리코는 다시 문 앞에 서 있는 렌조를 돌아봤다.
“言葉が通じないせいかな……私、あの子、気に入る。”
(말이 안 통해서 그런가…… 나, 저 애 마음에 든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今のミズハラさんの表情も、けっこう面白いし。”
(지금 미즈하라 씨 표정도 제법 재밌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비에 젖은 길 너머로 사라지는 뒷모습.
렌조는 그 자리에 남아 말로 하지 못한 고마움을 대신하듯
천천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