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32

by 삼류작자


〈妊婦に良い料理〉

〈산모에게 좋은 음식들〉


요리책을 펼쳐 놓고, 렌조는 앞치마도 없이 부엌에 서 있었다.

검은 티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팔에는 여전히 잔근육이 살아 있었고,

도마 위에 놓인 칼은 손에 아직 익지 않은 듯 조심스러웠다.

그는 요리책을 한 번 보고, 냄비를 한 번 보고,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昆布を……先に入れるんだっけ"

(다시마를… 먼저 넣으랬나.)

중얼거리듯 말하며 책장을 넘겼다.

사진 속 음식은 그럴듯했지만

현실의 냄비 안에서는 뭔가 계속 어긋나고 있었다.

불 조절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조금만 방심하면 끓어 넘칠 것 같았다.

렌조는 젓가락으로 냄비 속 흐물거리는 채소를 집어 조심스럽게 입에 넣어 보았다.

잠시 씹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ああ、難しいな"

(아… 어렵네.)


거실 쪽에서는 렌조에게는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낡은 차부다이 옆,

렌조가 사다 놓은 작은 CD 플레이어에서는 가수 한대수의 목소리가 낮게 번지고 있었다.

〈행복의 나라로〉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기타는 빠르지 않았고,

경쾌하다기보다는 담담한 리듬이었다.

조금은 올드하고,

어딘가로 계속 걸어가는 사람의 걸음 같은 소리였다.

정숙은 차부다이에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눈은 반쯤 내려앉아 있었고,

한 손은 자연스럽게 불러온 배를 감싸 쥐고 있었다.

원래 알고 있던 노래인지,

아니면 그냥 마음에 닿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정숙은 가락을 따라 아주 작게, 숨처럼 흥얼거렸다.




떨떨떨—


오래된 선풍기가 한쪽에서 고개를 흔들며 돌아가고 있었다.

바람은 약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에 맞춰 마당 저편에서는 매미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여름은 한가운데쯤 와 있었다.

렌조는 냄비를 저어보다가 무의식적으로 거실 쪽을 힐끗 보았다.

정숙은 음악에 맞춰 고개를 아주 조금 흔들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평화로웠다.


그 순간,

렌조는 자신에게는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어떤 인생의 한 장면 속에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 들었다.

렌조는 다시 요리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진 속 음식과 현실의 냄비를 번갈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これでいいのか "

(…이게 맞나.)

하지만 불을 끄지는 않았다.

다시 국자를 들고, 다시 한번 저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매미가 울고,

선풍기는 리드미컬하게 ‘떨떨떨—’ 소리를 냈다.

렌조는 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자신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한국어 가사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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