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칼날이 휘몰아친 다음 날 오전.
오사카 니시나리구 하나조노미나미 ― 사쿠라미치(桜道).
사쿠라미치.
이름만 들으면 봄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실상은 낡은 상가와 파칭고, 싸구려 술집이 다닥다닥 들러붙은 거리였다.
밤이면 번쩍이던 네온은 햇살 앞에서 맥없이 색이 바래 있었다.
카스미자쿠라(霞桜) 파칭고.
다니구치의 차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운전석에서 먼저 내린 하세가와 준페이는 건들거리며 1층 영업장을 훑었다.
유리문 너머로 돌아가는 기계들, 희미한 전자음.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형님.”
차문이 닫히는 소리에 준페이의 목소리가 겹쳤다.
“토요일치곤 너무 조용합니다.”
다니구치의 눈이 파칭고 건물을 훑었다.
그때, 안쪽에서 똘마니 하나가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눈이 마주치자 잠깐 굳었다가, 급히 고개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간다.
다니구치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더라…’
얼굴은 가물가물했다.
하지만 태도는 귀에 걸렸다.
이내 생각을 접고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던 준페이가 한 박자 늦게 멈췄다.
— 2층.
사무실 철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문이…”
준페이가 먼저 뛰어들어갔다.
사무실 안은 마치 일부러 어질러 놓은 듯 엉망이었다.
바닥에는 장부와 비품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부서진 액자와 유리 파편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보란 듯이 떨어져 있는 다니구치의 이름이 박힌 명패.
“....칙쇼..”
다니구치는 이를 악물었다.
계단을 오르기 전,
1층 파칭고에서 문을 열고 힐끗 밖을 내다보던 얼굴이 스쳤다.
“하세가와. 내려가서 시동 걸어.”
준페이는 도무지 무슨 일인지 감 조차 잡지 못한 채
짧게 대답하고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다니구치는 금고 쪽으로 걸어가 문을 확인했다.
이미 열려 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퍼즐이 빠르게 맞물렸다.
자신을 제외하면 몇몇 측근들만 알고 있는 사무실.
그곳이 털렸고,
금고까지 말끔하게 열려 있었다.
그렇다면—
이케다는 이미 당했다는 뜻이다.
그럼, 누가.
“고노야로.... 미즈하라...”
이를 악문 채,
이름이 혼잣말처럼 새어 나왔다.
다니구치는 렌조가 이렇게까지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고, 이런 방식으로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분명 이 정도로 판을 벌였다면 자신이 최우선 린치의 대상이었을 터였다.
어쩌면 전날,
일정을 비틀고 사우나에 틀어박혀 있었던 덕에 지금까지는 무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