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하라 렌조의 칼날

#36

by 삼류작자


렌조의 사무실 앞.

밤은 깊었고, 건물의 불빛만이 도로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2층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왔다.

렌조였다.

그는 난간에 기대 잠시 멈춰 서더니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꽃이 짧게 번쩍였다가 곧 사라졌다.

마당에서는 사람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동선은 어지럽지 않았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이미 정해진 순서처럼,

똘마니들은 제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꺼내 들고 있었다.

렌조가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한 번 기울였다.

무언가 지시하는 듯 보인다.

잠시 후, 그중 한 명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곧이어 인원들이 나누어 탄 승합차 두 대가 움직였다.

헤드라이트가 켜졌다가, 곧 어둠 속으로 삼켜졌다.




항만 쪽, 오래된 창고들이 늘어선 길.

가로등 불빛은 군데군데 끊겨 있었고, 바다 냄새가 눅진하게 공기에 붙어 있었다.

다니구치의 친구이자 심복, 이케다 마사루(池田 勝)는 담배를 문 채 혼자 걷고 있었다.

마흔을 넘긴 몸.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얼굴이었다.

뒤에서 엔진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항만에선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차는 지나가지 않았다.

옆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누군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뭐야—”


말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얼굴이 눌렸고,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케다가 물고 있던 담배가 바닥에 떨어졌다.

불씨가 잠깐 붉게 살아 있다가, 곧 꺼졌다.

이케다는 저항했지만 준비된 손들이었다.

힘을 쓸 틈도 없이 그는 그대로 승합차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승합차의 문이 거칠게 닫혔고 차는 항만의 불빛에서 벗어나,

조용한 방향으로 사라졌다.




-몇 시간 후.

유흥가가 끝나는 지점.

번화함이 뚝 끊기고 파칭코 간판들만이 늦은 시간까지 불을 붙잡고 있는 거리였다.

자정은 이미 넘었고, 사람 발길은 거의 없었다.

가끔 택시 한 대가 지나가면 네온이 유리에 일그러져 비쳤다.

다니구치가 관리하던 카스미자쿠라(霞桜) 파칭고.

겉보기엔 다른 업장과 다를 게 없었다.

1층에서는 여전히 기계 소음이 잔열처럼 남아 있었다.

불이 꺼진 2층 사무실은 샤부 유통을 위해 조직의 눈을 피해 만든,

다니구치와 몇몇 측근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였다.

어둠 속에서 계단 쪽 발소리가 번졌다.

규칙적이지도, 그렇다고 급하지도 않은 소리였다.

잠시 뒤, 검은 복면을 쓴 사내 셋이 2층 복도를 가로질렀다.

말은 없었고, 움직임에 따라 옷깃이 스치는 소리만이 남았다.

이내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

이어서 짧고 둔한 충격음.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의미는 없었다.

잠금쇠가 안쪽으로 휘어지며 문이 열렸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후레쉬 불빛이 흔들리는 가운데, 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서랍은 열리지도 않은 채 통째로 뒤집혔다.

대충 훑어볼 뿐 뒤지는 움직임은 없었다.

찾고 있는 게 따로 있었다.

복면을 쓴 사내 하나가 곧장 방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도 망설임은 없었다.

벽을 더듬는 대신, 그는 곧바로 금고 앞에서 멈췄다.


잠시 후,

삑. 삑—삑.

비밀번호가 입력되자 금고 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후레시 불빛이 분주하게 오갔고, 그 안에서 장부 하나가 끌려 나왔다.

쿠와사와 쪽과의 샤부 거래 내역.

묶인 현금들.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은 빠르고 정확했다.

복면을 쓴 사내들 사이에 짧은 눈빛이 오갔다.

찾았다는 신호였다.

이어서 장부와 현금, 샤부가 가득 든 박스들이 차례로 확보됐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움직임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처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한 명이 나가려다 멈춰 섰다.

그리고 돌아서서, 벽에 걸려 있던 액자 하나를 집어던졌다.

바닥에 부딪힌 순간, 액자는 산산이 깨졌다.

유리 조각 사이로 다니구치의 이름이 적힌 명패가 반쯤 드러났다.

들어올 때보다 더 짧은 시간.

마치 할 일은 이미 끝났다는 듯,

그들은 순식간에 건물을 빠져나갔다.




같은 날.

해가 뜨기 전, 오사카 앞바다.

바다는 아직 자기 색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검고, 깊고, 끝이 없는 면.

어선은 파도에 맞춰 낮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엔진은 꺼져 있었고, 갑판 위에는 파도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만 남아 있었다.

쇼이치는 갑판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손에는 낡은 무선전화기(선박용 VHF 무선)

지직—

짧은 잡음 뒤로 목소리가 이어졌다.


“찾았나.”


쇼이치의 목소리는 낮았다.

바다에 섞이기엔 충분히 무선 너머에서 잠시 숨이 고였다.

그리고 짧고, 건조한 대답이 돌아왔다.


“말씀하신 곳에 있었습니다. 사무실도, 금고도.”


치직—

잡음이 섞이자 쇼이치는 무전기를 툭툭 두드린 뒤 귀에 갖다 댔다.

그의 발밑,

갑판 바닥에는 제멋대로 잘려진 손가락들이 흩어져 있었다.

일곱 개.

잘린 단면에서 굳어 가는 피가 쇠 바닥의 홈을 따라 가늘게 번져 있었다.

옆에는 전지가위가 놓여 있었고 날 끝에 아직 검붉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쇼이치는 바닥에 떨어진 손가락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잠시 손 안에서 굴리다, 물고기 먹이를 던지듯 무심히 바다로 던졌다.

검은 바다에 작은 파문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장부는?”


“확보했습니다.”


쇼이치는 또 하나를 집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아무 표정 없이, 바다로 흩뿌렸다.


“수고했어.”


통신은 간결했다.

파도가 배 옆구리를 한 번 세게 때렸다.


갑판 뒤쪽,

조명에서 비껴 난 어둠 속에는 이케다가 갑판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옆에는 스물을 갓 넘겨 보이는 쇼이치의 부하,

샛노란 머리의 미나미가 서 있었다.

이케다는 발가벗겨진 채 케이블 타이로 손과 발이 묶여 있었다.

더위가 한창이던 여름이었지만 그의 몸은 떨리고 있었고, 재갈이 물린 입에서는 앓듯 얕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등 뒤로 묶인 손은 손가락이 모두 잘려 나가 더 이상 손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쇼이치는 바닥에 남은 손가락 잔해를 한 움큼 집어 바다 쪽으로 흩뿌리며 일어섰다.


“미나미.”


가볍게, 이름만 불렀다.


“마무리하자.”


쇼이치의 말이 떨어지자 미나미는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이케다의 발목에 시멘트 덩어리가 달린 밧줄을 가져다 단단히 감아 묶었다.


검은 바다 저편에서부터 어둠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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