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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세시 Feb 28. 2024

너는 나의 작은 선생님


 나는 자주 잠을 자고 일어나면 입 볼 안쪽에 살이 집히곤 한다. 나도 모르게 자면서 볼을 깨무는 것,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입을 꽉 다물도록 턱의 근육을 조이며 잠든다.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근육을 긴장시키는 일은 잦다. 처음엔 마음챙김의 명상 특강을 들으며 명상을 체험했을 때 알았다.


 “얼굴의 미간에 힘을 풀고… 턱에 움켜주었던 근육도 풉니다” 명상을 안내하는 음성을 들을 때 알았다. 내 얼굴 근육을 꽤나 꼿꼿히 쓰고 있었단 걸.




또 다시,

최근에 잠에서 깨고나면 입 안쪽에 이를 세게 닫아 난 자국이 있는 걸 곧잘 마주했다. 전에 어디선가 보았는데 혀의 정확한 위치는 입천장이라고. 혀를 입천장에 대어 발레리나의 발의 포인 모양새를 하고있으면 저절로 아랫턱에 힘이 덜 주게 됐다.


그때는 혀의 원래 위치 따위는 정확히 출처를 알지는 못하나 도움되는 군 하고 넘겼었는데, 최근에 다시 혀의 정확한 위치를 찾게 된 이유는 조이였다.

신생아때부터 아기는 혀를 입천장- 정확히는 입천장과 앞니가 날 자리 뒷편- 을 위치시켰다. 처음 모유수유를 할때 젖이 혀 밑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허다할 정도였다. 그 때 알았다.

“아 원래 혀 위치가 거기 맞구나“


조이가 잘 때 아랫니가 나는지 확인 중. 이 와중에 꼿꼿한 혀의 위치.


고자세를 하고 자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조이가 가르쳐준 셈이었다. 혀의 정확한 위치를. 턱을 조이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표정의 근육을 주지 않아도 되는 정 위치를.


요가를 할 때면 명상으로 시작해서 명상으로 끝나기에 표정에 힘을 덜 주도록 자주 알아차리곤 했다.

입 근육외에도 많은 몸의 부위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자리잡지 못해 생긴 일은 많았다.


가령 어깨가 굽어서 등과 날개뼈 부근의 근육이 퇴화되고 그럴 때마다 승모근은 발달되는,, 그러다 거북목이 된다는 슬픈 전설이…


지금도 나도 모르게 미간에 힘을 줄때. 잠자리에 누워서 아랫턱을 가볍게 다물며 힘줄 때.

그럴 때마다 조이가 태생부터 혀의 위치를 알려줬던 작고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며 긴장을 풀었다.


당연하게 해보이는 너의 작은 순간이

때론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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