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태양신 – 나의 여름 예찬》 M&N 시리즈

베르가못 향기 속 드뷔시의 달빛,그리고 빛을 되찾은 계절에 대하여

by 이정민 Ophelia


안녕하세요.

매달 한 편, 한 달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서 스쳐간 음악과 기억을

조용히 모아둔 기록입니다.


M&N은

Monthly & Newspaper,

매달 한 모금씩, 감성과 인연, 계절과 이야기를 담아

마치 작은 신문처럼 꺼내어 보는 ‘감성 정기우편’ 같은

연재입니다.


그 첫 번째 페이지는,

《 8월의 태양신 – 나의 여름 예찬 》

빛이 가장 높이 오른 이 계절, 그 빛 아래 피어난

향기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가장 뜨겁고, 그래서 가장 찬란한


8월은 해가 가장 높이 떠오르는 달.

빛이 쏟아지고, 그림자가 짧아진다.

세상은 눈부신 리듬으로 가득 차고,

모든 생명은 그 리듬 안에서 스스로를 조율한다.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 ‘ 라(Ra)‘ 는

매일 하늘을 건너 세상을 비추고,

밤에는 어둠의 괴물과 싸우며 다시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스의 태양신 헬리오스는

불타는 말이 끄는 황금 전차를 타고

하늘을 달리다, 저녁이 되면 황금빛

배를 타고 밤의 바다를 건넜다.


태양은 단지 낮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시 밝혀야 했던,

빛의 책임을 짊어진 존재였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태양은 모든 꽃을 피우게 하지만,

달은 모든 마음을 깨운다.”


그래서일까.

이토록 찬란한 계절에도 우리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고요한 그림자를 찾는다.



** 여름의 향기, 여름의 음악


아침마다 홍차를 우려낸다.

Earl Grey.

베르가못의 향이 은은히 퍼진다.

잎이 물속에서 천천히 풀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시간이 풀어지는 듯한 감각에 빠진다.


우아함은

시선을 집중시키기보다,

은은한 존재감으로 머문다.

베르가못 향은 늘 그렇다.

이 계절의 한가운데서도 조용히 빛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여름밤 드뷔시의

‘ Clair de Lune (달빛)’ 을 마시는 것 같다.

폭염 뒤의 정적처럼 서늘하고,

베르가못 향기처럼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음악.

그의 피아노는,

영국의 안개 낀 골목처럼 가만히 내 곁에 내려앉는다.



*** 그리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8월


8월은 단지 계절의 정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8월은, 광복의 달.

빛을 되찾은 시간이다.


2025년, 올해는 광복 80주년.

잃어버렸던 이름과 숨결,

말과 음악,

그 모든 것을 다시 품게 된 날이다.


광복은 누군가의 용기였고,

그로 인해 우리는

다시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다시 써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계절에,

빛을 예찬한다.

역사의 온기가 아직 식지 않은

그 여름의 한복판에서.



**** 빛과 그림자의 겹침


요즘 여름은 변화무쌍하다.

빛이 쏟아지다가도,

어느새 쓸쓸함에 빗물이 흩뿌려진다.

빛과 비, 찬연함과 처연함이 겹쳐 흐른다.


자연의 리듬을 억지로 맞추기보다,

그 흐름을 따르듯이 살아야 한다는 듯이…


예전 여름은 더 고요했던 것 같다.

무언가 묵직함이 등 뒤를 받쳐주었고,

나는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때의 여름은,

내가 부르면 대답되는 곳에

아빠라는 보호자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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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 – Monthly & Newspaper

: 매달 한 번, 계절의 온도와 예술의 결을 담아

감성과 함께 읽는 작은 신문 같은 이야기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