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을 사랑하는 자네… 커피 한 잔 할 텐가?》

베토벤과 오필리아의 음악 조각들. 1. 소소한 음악의 기쁨

by 이정민 Ophelia

나는 작곡가 베토벤을 사랑했다.

음악보다도 먼저,

그 사람의 하루가, 그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다.


아직은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나는 무언가를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만큼”

그의 삶을 알고 싶었다.


그때 알게 된 이야기 하나.

베토벤은 매일 아침 커피 원두를 정확히 60알 세어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셨다고 한다.

한 알도 틀리지 않게, 손으로 직접.


나는 너무도 궁금했다.

그 진한 맛이 어떤지,

그의 하루는 어떤 향기로 시작되었는지를.


그래서 아빠에게 물었다.

“에스프레소란 도대체 어떤 맛이에요?”


아빠는 조용히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게 궁금하다면, 커피를 두세 스푼 넣고

물을 아주 조금만 부어서 진하게 마셔보렴.

그게 아마 비슷할 거야.”


나는 정말 그렇게 해 봤다.

어린 마음에, 진하게 한 잔을 만들어서 마셨다.

…그리고는 곧 알았다.

이건 내가 상상한 베토벤의 에스프레소가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 해프닝은 나에게 하루치의 예술적 상상력을 안겨주었고,

그날 이후 커피는 나만의 작은 의식이 되었다.


대학교에 들어가

처음으로 커피 전문점에 들어서

“에스프레소 한 잔 주세요.”

라고 말했던 순간


잔에 담긴 진한 검은색은

단지 음료가 아니라

내 오랜 꿈과 연결된 음표 같았다.


그 향, 그 쓴맛, 그 뜨거움까지도

베토벤이 왜 하루를 그 맛으로 시작했는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커피 한 잔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설렘이 되고,

가끔은 음악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분명히 무언가를 건네는 친구 같다는 걸 나는 점점 더 알게 되었다.


튀르키예 속담이 떠올랐다.

“커피 한 잔의 여유는 그 어떤 영감보다 강하다.”


오늘도 나는 커피를 내린다.

60알은 아니지만,

손끝에 마음을 담아

내 하루의 악보를 여는 그 순간을 조심스럽게 맞이한다.


그리고 나의 음악은,

따뜻이 다시 시작된다.


- - -


나는 연습을 했다.

어린 시절의 나답게,

음 하나하나를 되뇌며,

때론 노래를 흥얼대며,

수십 번, 수백 번, 같은 구간을 반복하면서.


그 소리는 완전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늘

등 뒤에서 조용히 내 연습을 함께 듣고 계셨다.


신문을 넘기며,

서재에 앉아,

혹은 생각에 잠기신 채로

몇 시간이고 그 소리를 들어주셨다.


그리고 오늘의 커피처럼,

그 시절의 피아노도

나를 음악의 결에 부드럽게 적셔주던 작은 의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음 하나하나를 누를 때마다,

내 마음 어딘가엔 늘

아빠의 다정한 기다림과

베토벤의 진한 커피 향이

은근히 스며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