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소소한 음악의 기쁨 / 쉼표처럼 남은, 한 줌의 따뜻함
오른손 약지가 안 좋아
건반을 누를 때마다 통증이 스며드는 요즘,
나는 다시 ‘왼손의 음악’을 떠올린다.
모리스 라벨이
전쟁으로 오른팔을 잃은 친구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쓴 그 곡처럼..
한 손으로라도, 우리는 음악을 건넬 수 있다.
그리고 그 음악은,
때로 말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한 손뿐이었다
그 손안에
모든 말이 있었다.
말할 수 없어서,
연주했다
비처럼 떨어진 음표들로…
전쟁은
누군가의 오른손을
누군가의 사랑을
누군가의 삶을
데려갔다.
그래도 남아 있는 것은
왼손이었다. 다행이다.
그 하나로
폭풍을 건너
소리를 울리고
기억을 붙들었다.
라벨은
누구보다 섬세한 마음으로
슬픔을 하나하나 악보에 묻었다.
나는 그 곡을
너무 쉽게 시작했었다
그러곤
너무 쉽게 울기 시작했다
지금도
아직 못 마친 곡처럼 …
왼손만으로 건네는
오른손을 위한 음악
그 속에 담긴 건
슬픔,
위로,
그리고
다시 피어난 용기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손으로 건넨다
쉼표처럼 조용히 남은,
한 줌의 따뜻함을.
빗물 속에서도
꽃은 피고
그 아래,
너는 다시 피어날 거야
- - -
모리스 라벨 (Maurice Ravel)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오른팔을 잃은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요청을 받아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다.
슬픔을 안고 피아노를 마주한 사람에게,
그는 침묵 대신 음악을 건넸다.
그렇게 ‘한 손’은
누군가의 삶 전체를 위로했다.
“예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말하게 하고,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느끼게 한다.”
• 모리스 라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