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위의 드래곤과 한집살이》

4. 소소한 음악의 기쁨 / 천의 얼굴을 가진 드래곤과의 음악적 동맹

by 이정민 Ophelia

저와 드래곤과의 한집살이는,

의외로 피아노실에서 시작되었어요.


요즘, 드래곤 길들이기 실사화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죠?

제 피아노 위에도 오래전부터 터를 잘 잡은 드래곤들이 함께 살고 있어요.


제가 건반에 손을 올리면

조용히 연습을 지켜보기도,

때로는 영감을 주기도,

아무 말 없이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드래곤과의 한집살이 계약을 유지 중이죠.

우아하게… 아주 음악적으로요.


피아노를 마주할 때면,

조용하지만 위엄 있는 눈빛을 가진 드래곤들이 늘 그 자리에 앉아 있어요.


연습 중일 땐 새침한 얼굴로 제 손끝을 바라보다가도,

리허설 전날엔 마치 눈에서 빛이라도 쏘아낼 듯

제 연주에 몰입하는 눈빛을 보여주죠.


그 모습을 보면,

심란하고도 요란한 제 연습을

몰래 녹화라도 하는 것 같아

자세를 얼른 고쳐 잡기도 해요.


귀엽기도 하고,

든든하기도 하고,

때론 나보다 더 진지한…

천의 얼굴을 가진 나의 드래곤님들.


드래곤 길들이기가 처음 개봉한 건 2010년.

영화를 보자마자 저는 투쓸리쓰의 1호 팬이 되겠다고

혼자 광속으로 선언했죠.


그 애교 있는 동그란 눈.

그러나 다가가지 않으면 먼저 다가오지 않는 고요함을 지닌 존재.


서로의 곁을 내어주면,

한없는 사랑으로 가까이 머물며

우리를 날게 해주는 존재.


지금은 알아요.


히컵 손에다 앞통수 비비기,

뒹굴며 배 보여주기,

갑자기 우다다… 등등,

고양이보다 더 고양이다운 투쓸리쓰네요.


연습을 끝내고 피아노 뚜껑을 덮는 시간에…

드래곤은 늘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마치 “괜찮아, 오늘도 수고했어.”

하는 듯한 표정으로요.


어떤 날은 고맙고,

어떤 날은 괜히 미안하고,

가끔은 피아노와 드래곤만을 두고

돌아나오는 게 왠지 모르게 허전했죠.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하며 뒤돌았어요.


“낼 다시 올게.”

“몇 시간 후에 만나.”


그 짧은 인사는,

나와 음악 사이의 쉼표이자,

드래곤님들과의 끈끈한 의리의 동맹이었는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