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제 브런치북"우리 반에 내 남편이 있다고요?"가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 랭크된 이후 약 10일간의 심경 변화를 5단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단계 흥분
"내 브런치북이 15위에 올랐어."
아침부터 호들갑을 떤다. 좋아서 방방 뛰고 난리다.
"그거 상주는 거야?"
남편은 눈도 뜨지 않은 채 웅얼거리며 묻는다.
'치. 뭘 받아야 하나. 그냥 그 자체로 좋은 거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하루 종일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2단계 집착
다음날에는 Top 10에 진입해 7위에 랭크되었다. 조회수도 더 올라갔다.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오탈자는 없는지 문장 표현은 매끄러운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알림이 오지도 않았는데 1분에 한번 꼴로 브런치에 들락날락거린다.
생각보다 완독자 수는 많지 않다. 브런치북 라이킷 수도 제자리다. 제목에 이끌려 클릭했다가 별 알맹이도 없는 내용에 실망해서 그냥 나가버린 걸까? 좀 더 완성도를 높여서 발행할 걸 뒤늦은 후회가 든다.
3단계 외면
4위를 거쳐 2위까지 올랐다. 대박이다! 가만가만 그런데조회수는 떨어졌네? 내일이면 순위에서 사라질 것 같아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남편 말마따나 상주는 것도 아닌데 사이버 세상 순위어 집착하는 내가 한심해 보인다. 허상 속 뜬구름만 잡다 현망진창이 될 것 같다. 브런치 앱을 삭제한다.진입 장벽을 높이면 귀찮아서라도 안 들어가지 않을까?
메모장을 열어 생각날 때마다 적어 두었던 글감들을 재정비한다. 글감이 한놈 두시기 너구리 석삼 너구리 한 50개는 줄을 서 있다. 새로운 글을 쓰다 보면 순위 따위는 잊겠지. 글을 마구쓰기 시작한다.
집안일을 미친 듯이 한다.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친다. 해탈하고 싶다. 갑자기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러나간다.
4단계감사
5일 동안 2위를 유지한 후7위로 내려앉았다.
내려올만하니 내려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작가님들의 브런치북은 스테디셀러에 가까울 정도로 오랜 기간 순위 올라 있는 작품들이다. 나 같은 뉴비는 그분들에 비할 수 없다. 경외심을 표한다. 게다가 실력 있는 숨은 고수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라는 걸 안다. 이제 그만 내려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집착을 거두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생긴다.
가끔 망한 글, 뻘짓스런 글을 써도 묵묵히 내 브런치를 구독해 주셨던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게 된다. 별거 없는 브런치북이었지만 완독해 주신 분들,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 그리고 한 번이라도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5단계 행복
다시 15위, 그리고 오늘은 또 한 계단 내려가 16위가 되었다. 그런데 전혀 아쉽지 않다. 혹 내일, 순위권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더라도 섭섭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홀가분할 듯하다.
이런 경험을 해봤다는 것 자체가행복할 뿐이다.
나라는 사람은 "관심받는 건 싫지만 존재감은 있고 싶은 유형"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여실히 증명되었다. 떡 하니 내 브런치북이 걸려 있는 게 부담스러워 죽겠는데 그래도 빛나고 싶은 모순 가득한 인간인 것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2년 가까이 되었지만 쓰다 표류하다 쓰다 표류하다를 반복하다 보니 발행 글수는 시간 대비 많지 않다. 글 속에서 소심하게 이단옆차기만 하고 있는 시간들이 아깝다고 느껴진 적도 있었다. 아무도 관심 없는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기록으로 남겨 놓는 것의 쓸모를 저울질 한 날도 있었다. 매번 고만고만한 글이 나올 때면 재능이 없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어이 다시 쓰기로 했던 결심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내 글을 읽고 잠시 추억 여행을 하셨다는 분들의 댓글을 보며 "그게 제 작품의 주제예요!"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 누군가에게 미소와 공감을 자아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부단히 연습하다 보면 재주라는 굳은살이 붙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