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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라미 Sep 10. 2023

쓰고 싶은 글을 썼더니, 브런치 구독자 수가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써나갈 이유

요 며칠 구독자 수가 계속 줄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새로운 테마의 글을 연재하면서부터다.



상반기에 많은 일이 있었다.


글 쓰는 재미를 잃은 데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자연스레 브런치를 찾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어느 날 어디로 가려는 건지 어디로 가고 싶은 건지 나 자신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일기장을 펼쳤다.


일기장에 떨어뜨린 문장들 사이로 보인 해결법은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난잡하게 판만 커진 취미들을 줄이고 할 일들의 잔가지를 쳐내자, 내가 좋아하고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글쓰기였다.


그동안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처럼 브런치 서랍 속에는 글감과 토막글들이 쌓여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족, 미니멀라이프 도전기, 직장인 생활 등 다양한 테마를 넘나들었고, 서랍 밖으로 꺼내 놓고 싶어 근질근질해졌다. 신나는 마음으로 하루 이틀 간격으로 글을 발행했다. 지난 한 달간 발행한 글의 수는 무려 20개였다.


감사하게도 글을 공개할수록 조금씩 구독자 수가 늘어났고,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은 글을 쓰는 에너지로 환원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남편과의 추억 이야기를 꺼내게 되면서 구독자 수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 숫자들이 손가락만 움직인 가벼운 호기심인지, 마음까지 움직인 묵직한 팬심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얕은 마음과 좁은 시야를 가진 나로서는, (더디게 늘거나 더 이상 늘지 않는 건 아무렇지 않은데) 줄어들기만 할 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브런치에서는 각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선정하여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후원금 방식으로 작가를 응원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함으로써, 비록 계층 구조를 양산할지라도 무영리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비즈니스적으로 고려할 만한 것이다.


다만 그러하다 보니 나처럼 커리어, 리빙, 가족, 에세이 장르를 넘나들며 막 써왔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없어 보이고 정신마저 사나워 보일 수도 있다는 부작용이 생긴다. 플랫폼의 취지에 역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문한 적도 있다.


그러나 어떤 글을 쓰려는지 목표를 명확히 하고 분야를 확실히 하는 건 특정 프레임에 나를 가두어두는 것만 같아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나의 분야를 정했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힘이 들어가고 의무감이 생겨서 한 줄도 쓰지 못하는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한 분야에서 꾸준히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렇게 못 쓰는 사람이었구나. 기초가 부족하니 멋만 부리려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구나. 이제 와서 장르를 바꾸면 우스워 보이려나? 별별 생각이 다 다. 한없이 작아지면서 잘하지도 못하는 것에 하루에 몇 시간씩 소모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진다. 글쓰기가 두려워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의 목적은 삶의 에너지를 얻는 것이고 그 목표는 꾸준히 쓰는 것이다.


글 안에는 마음을 정리하거나 생각을 끄집어내고 해결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다. 쓰다 보면 과거를 돌아보며 낭만에 젖었다가 미래를 그려보는 망상에도 빠진다. 이를 통해 힐링과 치유가 일어나고 삶의 매무새가 가다듬어진다.  일기장이든 브런치든 이 네모난 공간은 가족 혹은 스치는 인연들에게 감사함을 담거나 후회와 자책으로 고개를 숙였다가도 희망과 위로로 미소 짓는 시간을 낳기도 한다.


그렇다. 1차적로는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늘거나 줄어드는 숫자에 연연한다는 건 욕심이 아닐 수 없다. 내 글에 향기가 있다면 다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이기적으로 나를 위해 쓰고 있지 않은가? 한 사람이라도 묵묵히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일진대 숫자에 괜한 집착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글쓰기는 자유롭게 유영할 때라야 즐겁고 재미있고 할 만하고 쓸 만하다.


게다가 아마추어 작가가 아닌가? 나에게는 힘을 빼고 유유자적하게 헤엄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자유로운 유영으로 인해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속도가 느려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숫자의 외면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글쓰기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그럼 다시 헤엄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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