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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의저편 Dec 31. 2023

한병철 [서사의 위기]

정보와 서사

#독서후기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최지수 옮김/다산북스 2023



1편을 중심으로

[이야기에서 정보로]


 이야기는 정보에 의해 대체된다.

더 이상 대중은 이야기보다 정보에 더 민감하고

더 흥미를 느낀다. 이것은 이야기가 서사인 반면

정보는 단서라는 것이다.


서사는 실종했고 정보가 넘치는 시대며 세대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의식이란 말인가?


 자본. 정보화 시대 모든 게 빠르게 움직이며

그것에서 경쟁력을 찾고 발휘된다는데,

단서의 핵심을 제공하는 정보가 서사를 대체하는 게

시대의 역행이 아니라 당위성 아닐까?


 자본. 정보화시대, 정보는 곧 자본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서사를 밀쳐냈고  자본이 대중의

흥미를 끌어냈다.

정보와 자본은 이 시대의 주류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지향해야 할 것은

정보가 아니라 서사라는 것이다.

정보는 그것이 새로운 동안만 가치를 부여받

고 대중이 인식한 후에는 가치상실과 다른 정보로

대체된다. 가치를 상실한 정보는 쓸모없는

무엇과 같다.


 반면 서사는 시공간의 상황을 끌어와 가치를

찾아내고 다음의 시공간에서 벌어질 어떤 서사와

연결하여 가치의 증식을 이어감으로써 보다

줄기 있고 뼈대 있는 서사는 추론과 통찰로

재 탄생된다.


이것을 저자는 '서사적 진폭'이라 표현한다.

정보는 버려지고 다음정보에 밀려나지만 서사는

쌓여 다음 서사와 연결의 맥을 갖추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틀을 제공한다.

서사가 실종하는 시대, 서사의 존재적 이유를

집어낸 것이다


 서사는 당시의 상황을 시공간적 입체적으로

대상에게 진술하고 대상은 그 서사에서 자신의

틀 안에서 새로운 창조성을 부여한다.

서사는 대상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각화를

확장하고 입체화하는 반면,


정보는 개별적이고 무간격성이며 평면화로써

타자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단서를

던짐으로써 다음 단서에 목마르게 만드는,

정보의 갈증을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창조와 통찰은 퇴화하고 의존과

새로운 것에 매몰되는 현상을 초래한다.


 새로운 것 더 새로운 것, 이것은 자본주의

소유로 자신을 규정하는 준거점과 비슷한 양상이다.

소셜미디어와 숏츠가 지금의 출판과 영상을

잠식해가고 있는 것도 정보의 홍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것들에 잠시 한 눈 팔면 한 시간은 순삭이다.

물론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구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 번 지속되면 그것은 습관이

될 것이고 습관은 결국 운명이 될 것이기에.


 최근 아이들과 대중의 독서의 폐활량이 퇴화하는

이유에는 분명하고 명확한 이유가 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교수는 그의 저서 '언어를 디자인하라'에서 sns와 숏츠에 시간을 뺏기는 지성인(청소년)이 줄기 있는 생각과 뼈대 있는

논리가 사라지고 독서가 sns와 숏츠에 빼앗긴

시대를 통렬하게 지적한다.

나는 디지털이 서사를 잡아먹는 천적이 아닌가

잠시 침잠해 보았다.


 서사에는 경청 속에 말하는 이의 존중과 듣는 이에

몰입이 있다. 이것은 서로 주고받는 상호 신뢰의

공진화다. 그곳에 꿈과 미래가 생명을 부여받는다.

서사의 극 매력미고 생명력인 것이다.


 하지만 정보는 일방적이고 자극적이며 긴장적이다.

정보가 정보를 update 하는 정보 쓰나미 속에서

관조성을 잃어버린다.

생각의 뿌리는 사라지고 파편화만 남아있다.


 저자는 1편에서 서사의 위기가 시대의 위기로

지적하지만, 난 서사의 어쩔 수 없는 변화와 진보가

안닌지 가늠해 보았다.


정보는 진보하여 디지털의 옷을 입고 변화한다.

정보는 데이터형식으로 현실의 감각을 데이터로 변환시킨다. 거기에는 경험과 감각이 필요 없고

오직 데이터로만 현실을 감각하고 경험한다.

겨울이 추운 건 경험과 감각으로 우리는 인식하고 데이터해왔다. 이것은 몸과 인식의 경험의 산출인

집약된 감각의 서사다.


겨울적 추위인 자연의 서사가 우리 개개인의

유전자에 축척된 것이다. 그러나 정보데이터는

몸의 경험이 필요 없이 데이터화된 범주 속에

겨울의 추위를 정보화로 나타내고 대중은

감각과 경험 없이도 혹한의 추위를 감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상은 경험과 감각의 확장인가?  축소인가?  

쪼개진 데이터를 모아 빅데이터로 활용하고 흩어진 데이터에 가치성을 부여하고 있는 디지털 기반의

정보는 어떤가?

파편화된 데이터를 모아 가치증식을 이뤄 낼 때

이것은 새로운 서사로의 전환이 아닐까?


그렇다면 서사의 가치는 맥을 잇는 연결성에

있다면 파편화된 정보는 빅데이터로써 가치적

서사로 부여한다면 새로운 개념으로 서사는

탈바꿈하는 게 아닐까.


디지털 휴머니즘과 빅데이터적 서사 말이다.

정보가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는 시대를 가늠해

보았다. 서사는 흔적에서 구전으로, 인쇄에서

플랫폼으로 디지털에서 그 무엇으로 변화의

파도를 연실 극복하며 생존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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