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세상에 휘둘리지 마라
“세상에 휘둘리지 마라”는 말은 세상을 부정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이 문장은 세상과 거리를 두라는 선언이 아니라,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다. 문제는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세상이 제시하는 기준을 아무런 검증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다.
에게 세상은 개인을 끊임없이 평균과 안전으로 이끄는 힘이었다. 그 흐름 속에서 개인은 선택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이미 유통 중인 가치에 판단을 위임한 채 움직이기 쉽다. 휘둘린다는 것은 강제로 끌려가는 상태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은 채 따르는 상태다.
나는 세상이 하라는 대로 살아온 사람은 아니었다. 다수가 가는 길을 그대로 따르는 선택에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었고, 남들이 정해준 정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삶을 경계해 왔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나는 ‘휘둘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문장은 나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내가 세상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곧 나만의 기준을 가졌다는 증거가 되는가 하는 물음이다. 돌아보면 나는 때로 ‘세상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의지해 판단한 적도 있었을 것 같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말을 반항으로 오해하는 순간, 판단의 기준은 여전히 세상에 남는다. 다만 따라가느냐, 거부하느냐의 방향만 달라질 뿐이다. 순응이든 반항이든,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에 머문다면 그 역시 휘둘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 문장이 요구하는 태도는 세상을 부정하는 것도, 의도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요구 앞에서도, 세상에 대한 반감 앞에서도 자기 판단의 기준을 끝까지 유지하는 일이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 어디에서 그 선택이 나왔는지를 끝까지 묻는 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