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벗어나 얻은 평화
길에서 벗어난 뒤 처음으로 느낀 감정은 놀랍게도 불안이 아니었다. 아무 걱정도 없었고, 아무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지냈다. 컴퓨터 게임을 오래 해도 아무도 나를 크게 나무라지 않았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세상이 갑자기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예전처럼 일요일은 지나갔고, 친한 친구 몇 명만 있어도 하루를 보내는 데 아무 부족함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이게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게임은 특히 좋았다. 화면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사라졌고,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른들의 말도, 친구들 사이의 규칙도, 교회에서 반복되던 이야기들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게임 속에는 이해되지 않는 말이 없었다. 규칙은 단순했고, 이유는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더 많이 기울었다. 공부나 숙제 같은 건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안 한다고 해서 당장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친구 관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마음이 맞는 몇 명과만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사람을 더 사귀어야 한다는 압박도 없었다. 오히려 그 제한된 관계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꼈다. 다른 아이들처럼 넓은 무리 속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그게 특별히 외롭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조용했을 뿐이고, 그 조용함이 싫지 않았다.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된 것도 별일은 아니었다. 처음 몇 번은 어른들이 물었지만, 금세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꾸짖거나 붙잡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일요일은 여전히 일요일이었고, 특별한 변화도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이 조금 낯설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안 가도 되는구나’라는 생각만 남았다.
이탈이라는 말조차 몰랐던 어린 시절, 나는 그냥 내가 편한 방식대로 살았다. 그게 문제를 부르는 길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루하루는 조용했고, 그 조용함은 나를 점점 더 안심시켰다. 세상이 나를 찾아내어 흔들어놓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고, 나 역시 돌아가야 한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지냈다.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당시의 나는 알지 못했다. 이 조용한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이 언젠가 작은 균열을 만들게 된다는 사실을. 그저 아무 문제없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그렇게 지냈다. 어린아이에게는 그게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