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회피

눈을 가리다

by 무로

충격을 느낀 뒤에도 바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도,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도, 사람들과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감각도 그대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생기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생각들을 오래 붙잡고 있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떠올려도 머리가 복잡해졌고, 마음이 금세 불편해졌다. 그래서 나는 그 생각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었다.

그때 가장 쉬운 방법은 게임이었다. 게임을 켜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됐다. 화면 안에서는 해야 할 일이 분명했고, 규칙은 단순했으며, 무엇을 하면 되는지도 명확했다. 현실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쌓였지만, 게임 속에서는 이유 없는 상황이 거의 없었다. 지면 다시 하면 되고, 실패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단순함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게임에 시간을 쏟게 되었다. 충격을 느낀 날 이후에도,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게임을 했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잠시 가벼워졌다. 성적표를 떠올리지 않아도 됐고, 몸의 이상함을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됐다. 사람들과의 거리도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현실에서 생긴 균열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건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재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게임을 하고 있으면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질문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 조용함을 원했다. 그래서 일부러 더 깊이 들어갔다. 생각이 올라오기 전에 화면을 켰고, 현실이 따라붙기 전에 손을 움직였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그대로 흘러갔다. 학교는 계속됐고, 시험도 다시 있었고, 하루는 또 하루로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나아간 것도 아니고, 뒤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그냥 멈춘 채로, 현실을 보지 않기 위해 화면 속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것을 회피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게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현실은 잠시 멀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방향을 잃었다는 느낌조차 희미해진 채로, 나는 그저 게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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