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디가 앞인지가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돌아갈 자리가 정말 남아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라, 움직일 방향을 잃은 상태였다.
하루는 계속 흘러갔다. 학교에 가고, 집에 돌아오고, 다시 화면을 켜고, 잠들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 평범함이 오히려 불안했다.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가 잘못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문제를 고칠 수 없는 게 아니라, 문제의 모양 자체를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손을 뻗어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괜찮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망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중간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생각을 하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서 피했고, 피하고 나면 더 공허해졌다. 이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방향이 없었다. 가야 할 곳도, 피해야 할 곳도 흐릿해져 있었다.
사람들 속에 있는 것도 어색했고, 혼자 있는 것도 완전히 편하지는 않았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막막했고, 그렇다고 지금 상태를 유지하자니 불안했다. 몸도, 마음도, 생활도 전부 애매한 상태였다. 어느 쪽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채, 나는 계속 그 경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의 나는 아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생각은 너무 멀었고,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조차 선명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낼 수는 없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회피는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았고, 공포는 계속 남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길을 잃었다기보다는, 방향을 잃은 상태가 되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 ‘가야 한다’는 감각 자체가 흐려진 상태였다.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시점의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失向의 시간은 조용히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