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다룰 때는 힘을 세게 주지 말자
초등학생 때였다. 밤에 갑자기 사과가 먹고 싶어졌다. 부모님한테 말해도 됐지만, 나는 혼자 부엌에 서서 사과를 깎아보겠다고 칼을 들었다. 몇 번은 그럴듯하게 껍질이 벗겨졌는데, 힘 조절을 잘못하는 순간 칼이 미끄러졌다. 손가락에 칼이 깊게 박혔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잘 몰랐다. 곧 피가 났고, 생각보다 상처가 깊다는 걸 알았다. 어머니가 놀라서 수건으로 손을 감싸고 바로 응급실로 데려갔다. 밤 공기가 차가웠던 건 기억나는데, 이상하게도 그때는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하나도 안 아파”라고 말했던 것 같다.
응급실에서 손가락을 꿰매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겁이 났다. 바늘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정신이 없었다. 너무 아파서 몸을 비틀고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난다. 결국 몇 바늘 더 꿰매야 한다고 했지만, 내가 가만히 있지 못해서 두 바늘만 꿰매고 끝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욱신거림이 늦게 올라왔다. 상처는 한동안 불편했고, 그 자리에 꽤 큰 흉터가 남았다. 그 뒤로 칼을 잡을 때면 자연스럽게 손가락 위치부터 확인하게 됐다.
그 일 이후로 칼이 완전히 무섭지는 않지만, 쉽게 다루는 물건도 아니게 됐다. 요리를 하면서 칼이 잘 들지 않는 순간에 억지로 밀어넣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한 번 다쳐본 경험이 기준이 된 셈이다.
지금도 가끔 사과를 깎다가 그날을 떠올린다. 예전처럼 겁이 나지는 않는다. 대신 조심해야 한다는 감각이 남아 있다. 요리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칼을 함부로 잡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