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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코코 Sep 28. 2023

23.09.28 결정

다이어트 재시작 29일 차

결정했다. 노력해 보기로. 죽기 전에 1번은 경험해보고 싶다고 결론을 내렸으니, 노력해 보기로. 그리고 이 결심이 퇴색되고 망각되는 걸 대비해 이렇게 일기에 적어놓는다.


난 핸디캡이 많다. 지금 살을 뺀 지 한 달째 되었고, 오랜 시간 노력해 심지어 목표한 체중까지 살을 다 빼도, 늘어진 피부는 흉하게 그 흔적을 남길 것이다. 


나이도 적지 않다. 아니, 많은 편의 나이다. 그 나이 대비 사람 경험도 너무 없고, 그래서 생각이나 행동도 미숙한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인성적인 부분에서 많이 딸린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알게 모르게 부족한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다른 부분, 소위 스펙적인 부분에서 크게 우월한 것도 아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기업은 일단 중소기업이고, 난 전문직이라고 하기 어려운 직군이다. 지금 당장 내가 먹고사는데 문제는 없어 다행이지만, 미래에 대한 안정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매력 있는 현금창출능력이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진 않다.


이런 부족한 나를 내세우며, 나를 좋아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무슨 염치로, 뭘 내밀면서? 내가 뭘 줄 수 있으니 나를 좋아해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무섭다. 애정을 바라는 게. 두렵다. 날 싫어하고 거부할까 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원하고 있었고, 좋아해 준다면 참 고마운 일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보통 이성적으로 어필될만한 상에서 좀 먼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신이 없다. 


그렇다면, 눈을 낮춰야(?)하는 걸까? 문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점이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연애를 경험해 보겠다는 결론을 내린 지금, 나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별로라고 느끼는 사람이,  나를 매력적이라고 해줄 경우, 다르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매칭 자체를 우선으로 한다면, 그래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취업할 때도, 우선 백수에서 벗어나 회사에서 일이라는 걸 해보는 게 중요한 걸지도 모른다. 내가 아직 배가 불렀고, 현실 인식을 못 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게 내 유일한 가능성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물론, 한편으로 핸디캡을 메꿀 수 있을 정도의 장점을 그동안 만들 수 있을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내가 만드는 거니까. 힘든 다이어트의 기간을 거치며 내 멘탈이 더욱 성장해 강철멘탈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운동을 열심히 해 외모적인 핸디캡을 그래도 최소화했을 수도 있고, 재테크 공부도 열심히 해 준수한 상황으로 만들 수도 있고, 커리어적으로도 고민하고 발전해 가며 비전을 만들 수도 있다. 


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과 결론을 이연해본다. 우선 75키로까지 빼는 걸 1차 목표로 삼는다. 대충 30키로를 빼야 한다. 이번 달에 10키로를 뺐으니, 그러면 총 40키로를 빼게 되는 거다. 그때의 나는 좀 더 자신감이 생기고, 결정력이 생겨서 보다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때의 나에게 맡겨 본다. 2월 1일까지의 플랜으로 삼는다. 95, 87, 80, 75. 4개월 간의 계획이다. 


해보자. 노력해 보자. 일단 이것만 보고 해 보자. 다른 생각은 말고 해 보자. 잃어버린 다이어트의 동력을 이걸로 삼아보자.


오늘의 감정: 후련함. 뿌듯함. 걱정스러움.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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