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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코코 Oct 05. 2023

23.10.05 반휴가

다이어트 재시작 36일 차

오늘은 이번 여행의 메인인 스쿠버다이빙을 한 첫 번째 날이다.  리조트까지는 국내선을 타고 1시간 반 차를 타고 1시간 가까이 배를 타고 가는 여정이었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가면서 멀거니 먼 섬을 보는데, 문득 아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머리가 비어있는 느낌. 이런 느낌이 명상일까,라는 생각이 들며 종종 명상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도착한 마블리조트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 지어진 곳이었다. 동떨어지고 약간은 낙후되었지만 평화로운 낙원 같은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친절해 인상이 좋았다.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짐도 풀고 처음 체크다이빙을 하려고 하다가, 스쿠버다이빙을 한 지 3년이 넘었다고 하니, 다들 놀라며 리프레시 코스를 추천했다. 오랜만에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경우 이걸 추천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코스를 한 걸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끝나고 나서는 거의 사서 고생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좀 힘들었지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마음이 안심으로 바뀌었다.


끝나고 뜻밖의 따듯한 온수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N과 고양이와 같이 쉬는데, 아 사치스러운 공간과 시간이다,라는 시간이 들었다.


그러는 한편, 오늘은 마냥 즐거운 휴가 날은 아니었던 것 같다. 회사 때문에 살짝 잡친 감이 있었다. 어제부터 카톡으로 스멀스멀 보이기 시작해, 오늘 Y님의 인수인계 관련 뒤늦은 질문 하며, M님의 센스 없는 공개 팀방 문의까지... 일에 대한 생각을 머리에 지운 것도 싫었고, 내가 일을 허술하게 하고 꼼꼼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벌어진 일. 남은 휴가를 더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일기에 쓰는 걸 마지막으로 다 털어버리자. 이제 나를 멘션 하는 일 아니면 카톡도 확인하지 말자.


그리고 이미 실수한 건 어쩔 수 없으니 다음에 더 실수 없도록 하고, 또 저런 일 하나 가지고 너무 연연하지 말자. 크게 보고 길게 보자. 저 실수 하나가 나의 전부가 아니다. Doing은 Being이 아니니까. 이제까지는 그게 정말 전혀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 이 순간 살짝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나를 크게 봤을 때, 그건 나의 세포 하나랄까, 그게 내가 아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체는 아닌? 앞으로 잘하되, 너무 그것에 과하게 매몰되지 말자. 앞으로 잘하고, 일단은 릴랙스 하고 휴가를 즐기자.


오늘의 감정: 릴랙스, 긴장, 불안, 성취감, 뿌듯함, 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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