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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코코 Oct 30. 2023

23.10.30 슬럼프

다이어트 재시작 61일 차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어제오늘 8월 말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폭주를 했고, 그 기분을 적기 위해. 헬스 트레이너한테 매번 식단을 보내던 것도 보내지 않았고, 오늘은 회사에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급 연차를 쓰고 회사를 가지 않았다. 반은 아침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핑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던 것도 같다. 


배를 만지면 요즘 평소보다 더 나와있는 게 느껴진다. 기분이 좋지 않다. 난 왜 갑자기 이렇게 폭주를 한 걸까? 여행 가서 디저트를 먹고, 일요일에 닭강정을 먹고, 저녁에는 피자스쿨 피자를 2판 시켜서 먹고, 오늘은 남은 피자를 먹고, 디저트를 또 시켜 먹었다. 디저트는 심지어 잘못 주문해 더 많이 시켰고, 다 먹지도 못해서 지금 내 뒤에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다시금 느껴진다, 늘어난 배가. 


왜 이렇게 갑자기 폭주를 한 걸까? 1) 스멀스멀 약해진 먹을 것에 대한 통제 2) 왠지 모르게 나빠진 기분, 2개가 겹쳤던 것 같다. 2달 동안은 엄격하게 정해진 루틴과 배고픔을 쭉 유지해 왔는데, 오히려 이것저것 더 먹고 유연함이 생기다 보니,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안 되던 디저트 등에 한 번 입을 댄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 2)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걸까, 내 선호와 현실의 불일치에 우울해졌는지, 미묘하게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온 지인의 연락에도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사람과의 갈등은 나에게 정말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새삼 느낀다.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데, 그것조차 나에게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한 번 풀린 고삐와 거기서 오는 자포자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 같다. 내일은 이걸 꼭 끊어야 되겠는데, 마음 같아서는 내일도 연차를 쓰고 회사를 가기 싫은 마음이다. 심지어 오늘은 도피를 하고 싶은 마음에 부동산 공부가 하고 싶을 지경이었으니, 다이어트와 회사에 가기 싫다는 마음이 정말 큰 것 같다. 너무 싫다. 왜 이렇게 싫을까. 이 무거운 몸을 가지고 운동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살찐 게 여행을 통해 자각이 돼서 그게 스트레스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이 살을 어느 세월에 다 빼나, 다들 몸매를 잘 관리했던 거 같은데 나는 뭘 했나, 내가 다 뺀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친구가 연인을 찾았는데, 물론 축하할 일이지만, 나만 혼자 남겨진 것 같다는 생각도 은연중에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본가에 들어갈까 하는 생각도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스트레스가 되는 정도면 그냥 월세를 살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에 개복치라면 그러는 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금전적인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고, 저축을 하려면, 그리고 주홍이를 생각하면 본가에 들어가는 게 가장 심플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전세대출을 버팀목이 아닌 다른 걸로 받아서 가면 되는 걸까, 1억 반전세인 곳으로 찾아볼까? 


기분이 잘 나아지질 않는다. 운동을 안 하고 소식을 시작하는 것으로 다시 회피하고 싶다. 하지만 도피겠지, 운동을 계속 안 할 수도 없고.. 난 타임어택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 요즘 예전처럼 확확 빠지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원인 중 하나 (오히려 조금 찐 것도) 였던 걸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운동을 하는 게 맞는 선택일 것이다. 내일은 시속 5.5킬로로 여유 있는 시간에 가서 길게 걷는 걸 하자고 해보자. 7시에 일어나 빠듯하게 가는 게 아니라, 6시에 일어나 운동을 마치고 9시 좀 넘어 헬스장에서 나가자. 


할 수 있다. 다시 하면 된다. 힘든 게 당연하다. 2달에 한 번쯤 이럴 수 있다. 다시 재활하자. 할 수 있다. 천천히 다시 걸어보자. 난 할 수 있다..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내일을 준비하고, 잠에 들고, 다시 시작하자.


오늘의 기분: 착잡함, 죄책감, 우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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