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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롱불 Sep 04. 2024

I WANT TO BELIEVE...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절, 나는 밤이 되면 방안에 형과 함께 TV 앞에 자리 잡았다. 그때마다 흘러나오던 신비로운 멜로디와 함께 나타난 타이틀 화면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The Truth Is Out There"라는 문구와 함께, 드라마 'X-파일(The X-Files)'은 매주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었다. 가끔식 화면이 흐려지거나 안나오면 집밖에 세워진 생선가시처럼 생긴 안테나를 이리 저리 돌려 잘나오는 방향으로 움직여 보곤했다. 형은 항상 일찍 자라고 했다. 그래서 보고싶어서 문밖에서 소리만 듣기도 했다. 형방에 tv가 있어서 저녁 11시50분에 시작하여 1시간 30분정도 방영하였는데 중학생시절 시청하고 자면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나고 피곤하니 그랬다

'X-파일'은 FBI 요원인 멀더와 스컬리가 주인공인 미국 드라마로, 초자연적인 현상과 미스터리한 사건, 외계인들을 추적하는 내용을 다룬다. 멀더는 동굴같은 곳을 탐색할 때 후래쉬와 권청을 동시에 겨누고 들어간다. 멀더는 외계인의 존재와 정부의 음모론에 집착하는 캐릭터로, 어딘가 유약하면서도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반면, 스컬리는 의사로서 의학과 과학을 믿는 냉철한 인물로, 언제나 합리적인 해석을 찾으려 한다. 이 두 사람이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미스터리 이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구나! 내가 여기 태어났지만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지. 당시 반공교육(쇄뇌교육)으로 똘똘뭉친 정신세계를 뒤없는 충격 자체였다. “킬링필드”영화를 학교에서 방영해줘 봤는데, 캄보디아의 폴포트 독재자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자국민 150만명을 죽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주인공 기자가 영국기자의 도움으로 생존을 위해 자유의 세계로 탈출하는 영화였다. 가끔 꿈속에서 북한이 침공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고 북한군이 나를 죽이려고 총을 겨누고 쫒차오고, 쫒기다 잠에서 깬적도 있다.

처음 이 드라마를 접했을 때, 나는 그저 기이한 사건들이 흥미로워서 빠져들었다. UFO, 외계 생명체, 초능력자,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모든 것이 내 어린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 시리즈마다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는 현실에서 접하기 힘든 신비로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실로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는 말처럼 언제나 뭔가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드라마가 단순히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X-파일'은 인간의 두려움과 희망, 그리고 진실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을 그린 작품이었다. 멀더와 스컬리의 끈질긴 진실 추구는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무엇이 진실인가? 우리가 믿는 것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멀더는 진실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인물이다. 그의 신념은 때로는 광기로 비칠 정도로 강렬하다. 그는 자신이 믿는 진실을 위해 언제나 앞서 나아가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반면 스컬리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 설명을 통해 사건을 풀어가지만, 그녀 역시 멀더와 함께하면서 점차 자신의 믿음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의 대조적인 성격(호기심과 이성)은, 그들이 추구하는 진실이 단순히 사건의 해결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게 한다. 정부고위관리는 국민들에게 외계인들의 존재를 감추려고 하고 뭔가 이상한 시도를 한다. 담배피우는 고위관리는 선제적으로 증거물과 잔해를 신속히 이동하라고 지시한다. 멀더와 스컬 리가 도착했을 때는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깨끗한 곳이 되어있다. 드라마 말미에는 to be continue....음악이 재생되며 끝난다. 

나 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진실과 신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릴 때는 멀더의 열정과 신념에 감동했고, 그가 진실을 찾기 위해 싸우는 모습에 감동되었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스컬리의 이성적인 태도와 과학적 접근법이 더 많이 와닿았다. 우리는 모두 진실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 진실이 항상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 진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X-파일'은 나에게 진실을 찾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 진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겪게 될 혼란과 고뇌를 보여주었다. 동시에, 그 과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도 깨닫게 했다. 멀더와 스컬리가 겪는 수많은 시련과 좌절 속에서도 그들이 끝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내가 믿는 것을 지키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배웠다.

드라마 속에서 멀더는 자주 외친다. "I want to believe"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믿음을 넘어서, 진실에 대한 갈망과 그 진실을 향한 끝없는 추구를 의미한다. 나 역시 그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미스터리와 도전 속에서, 진실을 찾는 일은 때로는 두렵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과 성장은 우리의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X-파일'은 나에게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이다. 그것은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였고, 나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스승이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게 되었고, 진실을 추구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는 믿음을 가슴에 품고, 내 삶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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