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오미크론?

"엄마아빠 축하해요. 고생하셨어요"

무슨 축하까지. 딸 둘이 아침문안이다.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까지 걷는 동안 짬을 낸 거다. 약 10분가량이지만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데는 충분하다. 둘이 쌍나팔을 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예상되는 전화지만 반갑다.

지난 주 화요일과 수요일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되어 우리부부는 자가격리 생활을 함께 했다. 둘 뿐인 집에 서로 조심할 것도 없이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설계했다. 내게는 평소하던 독서와 글쓰기, 그림그리기로 따분한 시간을 잊게 만드는 일이 있었고, 남편은 정치, 운동경기 시청을 마음껏 누리며 요가매트 위에서 무릎재활운동을 계획했다. 공통으로는 걷기운동이었다.

우리는 거실과 주방의 동선을 최대한 긴 코스로 잡고 묵주기도를 하며 시간을 채우기로 했다. 월명산 호숫가를 걷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어슬렁 수준이지만 앉거나 누워있는 시간을 줄이는 데 일조하는 미션이었다.

다음은 환기였다. 아침기상과 함께 앞 뒤 창문을 열어 놓았다. 하루 세차례 환풍은 답답한 기분을 전환시켜 주기도 했다. 봄이 성큼 오고 있는데 봄맞이를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베란다 창가로 내리쬐는 햇볕의 따사로움으로 마음을 달랬다. 나가기 싫어서 집에 있는 거와 나가지 말라해서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건 많이 다르다는 걸 이해했다. 쉬는 집과 갇혀 있는 집의 차이.

하루 세끼를 둘이서 꾸준히 함께 먹는 일은 지루한 일 중의 하나였다. 적어도 하루 한끼는 새로운 사람과 또는 외식을 그려보는 게 집밥의 따분함을 줄여 줄 터인데. 맛있는 김치도 물리는 상황이 되어갔다. 21번의 끼니가 끝나는 날 나는 외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자가격기로 집콕생활 하다가 어제는 내가 오늘은 남편이 해제 되었다. 한마디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특별히 아픈 데는 없지만 약간의 증상이 남아 있다.

콧속이 싸하다. 남편은 가래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격리해제는 치료의 끝이 아니구나. 공적인 관리가 끝나는 거지 자가치료는 내몫으로 남는거라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넉넉한 치료기간은 아닌 듯하다. 가벼운 감기몸살 수준이라고 어설프게 처리하면 안될것 같아 이번주까지는 몸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딸 지인 중에도 말을 많이 하면 목이 쉬 아픈 증상이 한동안 지속되었단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병이라는 게 계산된 시간에 끝나지 않는 경우는 흔하다.

바이러스가 한 번 왔다가면 그만큼 면역이 생긴다고 한다. 백신 맞은 효과가 있는 거라며 나에게 용기를 주는 정보를 전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라 마음 한켠 걱정 되었다.

확진 후 2~3일 지나면서 고비를 넘기고 기침과 콧물은 사그라들었지만, 약간은 남아있는 것 같다

잠복기가 최대 14일까지라고 하니 염두에 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