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무균실’에서 자라지 않는다.
어린이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그러나 안전을 명분으로 한 과도한 규제가 아이들의 성장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면, 우리는 그 제도를 다시 살펴보고 그들에게 질문해야 한다. 현재 2015년 6월부터 시행된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은 ‘어린이를 위한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용맥락과 발달 단계, 교육목적을 동일한 위험범주로 묶는다. 이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조형미술 재료, 도구, 실습교재들이 일괄적으로 ‘위험제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법은 ‘아이’를 보호하지만, ‘발달’은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의 손에 쥐어진 재료들과 도구를 위험요소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어린이를 ‘능동적 학습자’가 아닌 ‘항상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규정한다. 하지만 뇌과학과 발달심리학은 분명히 말한다. 아이는 도전 가능한 위험을 경험할 때, 손을 쓰고, 조작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할 때, 감각과 운동, 사고와 정서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창의성·자기조절력·문제해결력이 발달한다.
가위, 플라스틱바늘, 송곳, 톱 등의 도구와 아이들이 먹지않고 만지는 재료인데도 날카롭다는 이유 그리고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이유로 검토라는 명분으로 사용불가 판정을 받거나 교육업체는 적지 않은 인증비용을 치르게 된다. 이렇게 대부분의 조형활동재료를 위험재료를 전면 배제한 교육시장은 순수조형제품은 간데없고 단일 또는 단일 재료만를 사용하여 조립하고 완성하는 미술활동 위주의 제품이 많다. 이런 환경은 아이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게 한다.
창의성은 ‘무균실’에서 자라지 않는다
현재 어린이 제품 안전특별법 체계는 ‘다치지 않게’ 하는 데는 집중하지만 ‘자라게 하는가’ 에 대한 답은 없다. 결과적으로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 형태를 만드는 조형 활동 → 평면 색칠 또는 간단한 부속물을 홈에서 떼어내고 끼우고 조립하는 활동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미술 → 스티커·붙이기 위주의 활동으로 축소, 아이 주도의 실험 → 교사가 모든 과정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변질..이는 안전을 위한 진보가 아니라, 교육의 후퇴다. 현재의 아동미술교육시장은 어린이 인구수 감소와 함께 교육컨텐츠 시장도 위축되어 있다. 더불어 어린이제품 인증사업은 민간인증업체의 재화창출의 수단일 뿐 현,교육시장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기에 많은 미술교육용품생산업체가 미래가 밝지않은 어린이 교육시장에서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이 불황기에 이미 오프라인 교육현장에서 사용하는 뻔한 재료와 부품,뻔한 도구의 종류가 수백가지인 만들기키트를 수천만원의 인증비용과 높은 인건비를 들여 제작할 업체는 없다.(이미 안전인증된 제품을 사용하여도 다시 다른 상자에 옮겨담아 새로운 제품키트에 포함하거나 소분하게되면 반드시 재인증이 필요함, 재료에 수입산 펠트한장만 추가해도수십만원에서 백만원 단위의 인증비용이 발생함) 2015년 부터 시행된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은이렇게 어린이 미술교육시장을 안전한 무균실로 만들었다. 더불어 창의성은 불확실성·조작·시행착오·감각적 긴장 속에서 자란다. 모든 위험을 제거한 무균실의 교육환경은, 아이에게서 생각할 이유 자체를 제거한다.
‘어린이용’이라는 낙인은 교육을 위축시킨다
어린이 제품 안전특별법은 제품이 실제로 누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를 묻지 않는다. 단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책임을 제조자·교육자에게 전가한다. 그 결과, 교사는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지 않게 되고, 교육컨텐츠 개발자는 위험요소를 배제하고 새로운 도전을 포기하며. 결국 시장에는 무해하지만 무의미한 교재만 남게 된다. 이는 아이를 위한 법이 아니라, 어린이라는 이유로 교육을 멈추게 만드는 법이 되어버렸다. 진짜 필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구분’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배제가 아니라 연령별·사용 맥락별·교육 목적별 구분이다. 보호자·교사 지도 하에 사용하는 교육도구, 발달 단계에 맞게 설계된 실습교재, 위험을 관리하며 배우도록 돕는 구조 등. 이런 요소들은 ‘어린이제품’이라는 한 단어에 묶일 수 없다. 안전은 통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 어린이제품 인증제도는 ‘규제’가 아니라 ‘보호정책’이어야 합니다
저출산 시대인 지금, 어린이 미술제품과 어린이 미술교육 콘텐츠 시장은 이미 자연적인 축소,퇴출압력을 받고 있다. 아이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교육시장, 컨텐츠시장, 교구·교재산업 전반이 함께 위축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린이제품에 대한 과도하고 일률적인 인증기준은, 안전을 확보하기보다 오히려 어린이 미술교육 생태계를 더 빠르게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어린이 콘텐츠 시장은 정부가 지켜야 할 공공영역의 한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 교육컨텐츠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인적 자본을 형성하는 핵심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증제도는 교육적 목적, 사용맥락, 대상 연령의 발달단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물리적 안전기준만을 중심으로 일괄적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미술·창작·조형 활동을 기반으로 한 교육콘텐츠는 손의 사용, 도구의 조작, 재료의 감각 경험을 통해 뇌 발달과 사고력을 자극하는 오래된 본질적인 교육활동임에도, 모든 요소를 ‘위험요소’로 간주하는 규제체계 속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그 결과, 창의적 교육콘텐츠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아이들은 점점 더 자극 없는 완성형 제품과 수동적인 디지털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는게 현실이다.어린이 교육콘텐츠에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맥락을 이해한 분류와 보호정책이다.
성큼 다가온 AI,AGI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지금의 법은 아이를 보호하는 대신 아이의 손을 묶고, 생각을 줄이고, 경험을 얇게 만든다. 아이를 다치지 않게 키우는 것과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다르다. 진정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면,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어린이안전특별볍에 이제는 물어야 한다.“이 법은 아이를 안전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아이의 가능성을 조용히 제한하고 있는가?”를.
정부에 바란다
저출산시대에 풍성한 어린이제품과 교육컨텐츠를 위해 어린이 안전인증은 더이상 민간인증업체 자율에만 맡겨둘 수 없는 공공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어린이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교육·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어린이제품을 전담하는 별도의 정부부서를 중심으로 한 통합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어린이제품 안전관리 체계는 어린이 안전확보라는 본래 목적을 넘어, 민간 안전관리·인증업체의 수익구조로 과도하게 분산·위탁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린이제품 안전관리는 높은 인증 비용, 반복적·형식적인 검사절차, 소규모 교육컨텐츠 제작자에게 불리한 구조로 고착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안전은 강화되지 않은 채 시장진입장벽만 높아지는 왜곡이 발생하였다. 어린이제품 안전관리는 여러 부처와 제도로 분산되어 있으며,이로 인해 안전성과 교육적 가치가 충분한 제품조차 시장진입이 차단되거나, 우수한 어린이 교육컨텐츠 자체가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어린이제품 전담 부서를 중심으로, 모든 어린이제품에 대해 안전성, 사용 환경, 연령 적합성, 교육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과도한 인증비용 없이 저비용·표준화된 방식으로 안전성을 판별하며, 사후 관리와 개선까지 포함하는 지속적 관리체계를 구축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전담관리체계는 어린이의 안전을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관리함으로써 어린이 교육컨텐츠 시장을 풍성하게하기 할 것이며, 특히 교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사·보호자 지도 하에 사용되는 교육용·실습용 제품은 일반 소비재와 구분하여, 사용 맥락을 반영한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하길 바란다. 어린이제품의 안전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책임의 문제이다. 모든 어린이제품의 안전성을 정부가 직접 판별·관리하는 체계는 저출산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미래에 대한 전략적 투자이며, 옳바른 어린이 교육생태계를 지키게 될 것이다.
브로콜리뇌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