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여행
노산(Laoshan)은 칭다오 동부 황해 연안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1133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소중 하나로 손꼽힌다. 노산은 산과 바다가 연결되어 있고 바다와 하늘이 일색이며 화감암 지형이 독특하다. 노산의 주봉은 중국의 해안선 가운데 가장 높은 산봉우리로 '최고의 해상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도교와 불교사원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수많은 도사와 승려들이 이곳에서 수행을 했으며 특히 도교의 창시자인 장삼봉이 노산에서 수행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따라서 노산은 예로부터 '신선들의 아지트' '신선과 요괴가 사는 곳'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 자, 신선들의 놀이터에 출발해 보자.
버스에서 내리자 중국의 거대한 땅을 자랑하는 듯 넓은 광장이 펼쳐지며, 노산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입구까지도 멀게 느껴진다. 역시 대륙의 땅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입구로 가는 도중에 현지인들이 공원에서 운동하는 모습도 보이고, 시진핑의 법치사상이 책처럼 펼쳐져 있다. 사람중심 접근방식을 고수하고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법치의 길을 견지한다는 내용들이 두루마기 책으로 나열되어 있다. 시진핑은 확실한 사회주의 사상을 곳곳에 설치하여 그들의 사상을 확립하는 것 같다.
케이블카에 오르자 몇억 년 비바람을 견디어 왔을 바위들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노산의 경관을 빛내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도저히 형상되지 않을 바위의 아름다움을 보고, 아마 수억 년 전에 주변 바다의 해수면이 드러나 생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중국은 왜 이런 절경을 가지게 되었을까? 장가계 여행할 때는 손오공이 구름 타고 날아다니고 신선들이 살아있을 것 같은 기운을 보고 감탄하며 우리나라에 없는 산의 신비로움에 질투를 했던 적도 있었다. 중국산을 다녀오면 우리나라 산은 야산처럼 높지도 않고 부드러움을 느끼는 건 나만 그럴까?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겨울산은 맨몸을 드러낸 채 위엄을 뽐내고 있고 간간이 보이는 빨간 형태의 정자가 시선을 끌며 유혹한다. 빨간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넓은 광장이 펼쳐지며 주변으로 기암괴석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중국 본토 해안선의 가장 높은 봉우이라는 빨간 팻말이 놓여있다. '청정'으로 알려진 거봉은 노산의 최고봉이자 해발 1132.7m로 '명산 1호'로 알려져 있다. '태양의 거대한 봉우리'의 웅장함과 '운해의 경이로움'그리고 '수정에 걸린 은봉우리'와 '노산 불덩어리의 화려함'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푯말에 적혀있다. 관광지답게 2025년으로 새로 장식된 푯말은 중국인들의 신속함과 관광지에 대한 예의를 보여주는 듯하다.
조금 지나니 거대한 코끼리상이 나타나며 그 주변을 기암괴석이 둘러쌓고 있다. 다행히 푯말이 세워져 있어 코끼리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말도 영어와 함께 적혀있어 얼마나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 거대한 조각상이 '신성한 거북이 음각도'이다. 303개의 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고대 중국전기에 따르면 거북이 등에서 '낙서'라는 그림문자를 발견했고 이에 영감을 얻어 중국대륙을 구주로 나누었다고 한다.
거봉에서 조금 내려가니 카페가 있었다. 녹차를 시키고 주변을 둘러보니 궁금하던 노산의 탄생이 액자로 걸려있었다. 노산은 백악기 후기에 잦은 지하 화산활동으로 인해 지각 깊은 곳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응결되어 결정화되어 형성되었다고 한다. 즉 이곳은 빙하잔해의 일부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은 빙하활동의 유물을 탐험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나의 시선이 새로워지는 느낌으로 다시 한번 이 명산을 바라본다.
녹차를 마시고 하산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며 아름다운 산세를 다시 한번 바라본다. 겨울철이라 노산의 원래 모습을 본 것 같아 기뻤다. 산은 화려하게 치장했을 때도 예쁘지만 모든 걸 떨쳐버리고 웅장하게 본모습을 드러낼 때가 개인적으론 더 마음에 든다. 그러나 한편으론 새롭게 태어나는 연초록빛의 봄과 푸른 잎을 가득 실은 여름, 그리고 예쁜 단풍에 물든 가을의 노산은 얼마나 화려할까 궁금해진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해가 고단한 듯 산 어귀에 걸려있다. 하루의 아쉬운 마음을 하늘에 빨갛게 뿌린 채 금방 산 아래로 떨어지려는 해를 보며 나의 발걸음도 점차 빨라져 간다. 나의 시간도 정신없이 저렇게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겠지? 아직은 해가 조금 남았으니 기운을 조금 받아 이 시간을 행복하게 마무리하자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