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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맥주를 찾아서(1)

칭다오여행

by 청현 김미숙

25년 첫 해외여행은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다. 가까우면서도 장소가 그리 끌리지 않았지만 먹거리가 좋을 것 같아 가성비 좋은 청도 여행을 선택했다. 항공기 사고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대한항공이라고 조금 위안을 삼으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9시 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맞춰 도착한 시간은 4시 30분 너무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5시 30분부터 열리는 짐 부치는 곳은 이미 긴 줄로 코너를 돌아 이어져 있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간신히 짐을 부치고 환전을 했던 하나은행에서 돈을 찾기 위해 기다린다. 다른 은행들은 5시 30분에 이미 열었지만 6시에 하나은행이 연다고 생각했는데 주말은 6시 30분이란다. 다음 여행땐 하나은행 환전은 조금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간신히 돈을 찾고 가는 길도 험난하다. 스마트 패스를 이용했지만 모두 긴 줄에 시간이 지체되었고 지문이 찍히지 않는 언니와 보조배터리를 짐 가방에 넣어 문제가 된 큰언니로 인해 간신히 출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처음부터 혼란을 겪어 이번 여행이 순조로울까 걱정이 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동트는 아침의 인천공항은 더 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무사히 청도에 도착한 우리는 깔끔하고 넓은 청도공항에 도착했다. 예전의 공항이 낡아 폐쇄되고 2021년자오저우시에 새로운 개항을 해서인지 공항이 크고 멋있었다. 영어로도 표시되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젊은 여자 가이드가 인솔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대뜸 60을 훌쩍 넘은 우리 일행을 보더니 5 공주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패키지의 의미를 아느냐 묻는다. 패키지는 다른 사람에게 패를 끼치지 말라고 해서 패키지라고 말하며 시간약속을 꼭지키라고 당부한다. 우리 할머니 부대 일행이 조금 염려스러웠던 모양이다.

가이드는 위트 있게 관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준다. 관광에는 제일 먼저 다리 빠지게 걷는 관광이 있다. 그런 관광지로 베이징 북경인데 관광지가 너무 넓어 다리가 빠지게 걸어야 해서 해외여행지로 며느리들이 시부모님께 추천하는 관광지로 예를 들어 우리를 웃게 만든다. 두 번째는 눈이 빠지게 하는 관광지20위안 뒷면에 그려 넣은 천하제일이라고 하는 계림산수(桂林山水)를 들었다. '계림산수갑천하’라는 말답게 한번 가보면 잔잔한 이강이 흐르는 물에서 산봉산이 달빛에 비치는 반영의 풍경은 산수화를 연상시킨다고 극찬한다. 계림에 가보지 못한 나는 다음번 여행지 목록에 저장해 둔다. 세 번째로 감탄한다는 와 와 관광이다. 장가계 원가계의 절경을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해 준다. 장가계를 가본 나는 충분히 공감이 되는 이야기이다. 네 번째로 귀에 딱지 않는다는 관광이 있다고 한다. 바로 시안이다. 진시황제의 역사적 사실을 가이드가 오랫동안 설명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마지막으로 vip관광은 하이난이라고 설명해 준다. 황제처럼 따뜻한 날씨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길 수 있는 곳이란다. 간접적으로 중국에 가봐야 할 명소들을 소개하는 것 같아 그녀의 재치에 감탄을 한다.

재미있는 가이드 해설을 들으며 처음 도착한 곳은 청도의 자랑 칭다오 맥주공장이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칭다오 맥주의 제조 역사와 각종 자료들을 모아 전시하는 청도 맥주 박물관으로 독일 통치를 받았을 때 전수받은 맥주제조기술과 노산의 100m 지하 광천수가 빚어낸 매력적인 맛이 있는 칭다오 맥주를 생산해 내는 곳이다. 1897년 독일제국이 청도를 점령한 시기는 16년이지만 1903년 독일인들이 칭다오에 맥주공장을 설립하고, 3년 만인 1906년 독일 뮌헨 국제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또한 중국 속의 작은 유럽으로 불릴만한 이곳에 서구식 건물을 세우고 철도와 항구를 건설하며 도시를 현대화시켰다고 한다. 독일 통치에 이어 1차 세계대전 후 일본 통치 시에는 아사이 맥주를 생산했으며 1922년 칭다오가 다시 중국으로 반환되고 그 이후로 칭다오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남의 나라 지배를 받은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나 그 기술을 더 발전시켜 유지하는 중국의 힘을 보는 것 같았다.

독일 때 제조했던 초창기의 기구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대식 맥주를 제조하는 과정과 100년 동안 맥주를 생산하며 다양한 맥주병을 진열해 놓은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안에 들어가는 입구 쪽에 실제 맥주가 맥주통에 떨어지는 광경이 신기했다. 맥주가 생산되어 병에 담는 과정과 최신식 설비로 자동으로 맥주가 담아지는 과정도 보인다. 예전엔 많은 노동력을 동원하여 할 일들이 자동화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니 새롭기만 하디.

우리에게 무료로 주어진 생맥주는 2잔이었다 우선 맥주 안주가 주어지며 이윽고 생맥주 한잔씩을 준다. 그리고 주변의 테이블 위에서 생맥주를 마신다. 아~ 맥주맛이 다르다. 뭔가 부드럽고 청량한 맛이 느껴진다. 나중에 물어보니 살균맥주가 아니라 살아 있는 효모가 들어있는 생맥주라서 맛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우리나라 막걸리도 생막걸리 맛이 다르듯이 맥주도 살아있는 효모와 맥아, 쌀등을 사용하여 맥주의 풍미를 더 가미시켜 주는 것 같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또 다른 맥주를 준다. 이 맥주는 향이 나며 탄산수같이 시원한 청량감을 주었다.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맛있는 맥주였다. 칭다오 맥주는 여러 차례 국제적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중국에서도 인정받는 맥주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출구 나가기 전 기념품가게가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급히 빠져나온다.

청도에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여러 종류의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곳도 있다는데 천천히 둘러보며 맥주를 음미하고 싶다.

지난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은 채 맥주를 마셔서인지 피곤이 갑자기 몰려온다. 이대로 숙소에 들려 잠을 자고 싶다. 점심이 사천요리로 엄청 맛있게 준비되어 있다는 말에 힘을 내어 눈을 비비며 감기는 눈을 부릅떠 본다. 젊은 날엔 며칠밤을 새도 끄떡없는데 정신과 육신은 왜 이리 따로 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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