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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중산로와 5.4 광장(4)

칭다오여행

by 청현 김미숙

중국 칭다오는 독일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유럽풍의 거리가 유난히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실버피시 스트리트(silverfish street)이다. 독일 식민통치시기에 가장 일찍 개발된 구역 중의 하나로 청도의 오랜 기차역과 항구에 인접해 있으며, 청도의 오랜 역사와 문화정보를 기록하는 중요한 거리이다. 마치 서울의 젊은이들의 성지인 성수동을 약간 방불케 한다.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이 개성을 가지고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것 같다.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도로에 silverfish street라는 영어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골목 입구에 들어서자 안내판이 보이며 가게마다 특색을 가진 거리가 펼쳐진다. 중국의 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사진 찍기에 너무 예쁜 거리가 펼쳐져 있다. 마치 유럽의 작은 골목길을 걷는듯하였다. 젊은 연인들이 즐기기에 어울리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특색 있게 거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조금 구경을 할까 했는데 길이 끝나있었다.


우리 5 공주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 시소도 타보고 멋진 폼으로 젊은이들처럼 사진을 찍어본다. 나이 들어서 인물사진은 안 찍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철없이 열심히 사진 찍는 내 모습이 조금은 한심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멋진 배경이 놓여있고 오늘이 제일 젊으니까 마음속으로 핑계를 대며 청도의 젊은 커플들이 웨딩촬영을 한다는 천주교당이 있는 도로로 발길을 옮긴다.


1934에 독일 건축설계사에 의해 건립된 청도 유일의 천주교당은 독일과 로마식의 완전히 유럽풍의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주황색 지붕을 지닌 쌍둥이 첨탑의 외관이 인상적이며 칭다오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엔틱풍 건물이라 한다.

성당 안은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성당 광장에는 크리스마스마켓과 같은 조그만 가게들이 직접 만든 소품들을 팔고 있었다. 일부 가게는 사진을 찍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광장 주변의 유럽풍 건물과 이국적인 거리분위기 때문에 결혼식 웨딩 촬영장소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이런 아름다운 천주교당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유럽풍의 거리도 조금은 낯설다.

청도의 상징으로 제1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잔교회란각이라고 불리는 2층 8 각루는 아쉽게도 버스 차창을 통해 보아야만 했다. 이런 것이 패키지의 단점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회란각을 사진으로 잠시 담아보는 것에 그쳐야 했다.

마지막 밤은 야경을 보기 위해 올림픽 요트경기장으로 향한다. 그곳은 칭다오의 또 다른 불야성이었다. 주변의 모든 빌딩들이 빛의 그래픽을 그리며 밤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마치 싱가포르의 야경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경기장 너머로 5.4 광장에 있는 오월의 바람이라는 조각품이 빨간빛으로 타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3.1 운동에 해당되는 중국의 5.4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5.4 광장에는, 바람이 부는 모습을 낙엽에 색채를 입혀 표현한 오월의 바람의 조각품이 그들의 애국주의 정신을 보여주는 듯 빛나고 있다.

중국여행을 할 때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들의 담대함과 기발한 창의력 그리고 사람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거뜬히 해내는 저력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가끔씩 갈 때마다 엄청 선진국으로 변하는 그들의 도시를 보며, 이런 나라들과 경쟁해서 살아남기도 힘든 우리나라에서 흔들리는 정치로 퇴보해 가는 조국이 너무 안타깝다.

이번 여행은 삼겹살과 양꼬치, 샤부샤부 무한리필이라는 청도의 먹거리가 궁금해 계획한 거였는데 먹거리도 충족함과 더불어 칭다오를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더 보람 있는 여행이었다.

<에필로그>

가족이란 뭘까?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적에 함께 여행하던 습관이 다행히 지금도 이어져서 마음 편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것 같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취향도 비슷하며 과거의 삶을 서로 공유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중국을 나오며 배터리로 이번엔 내가 검색을 받아야 했다. 에어부산의 화재가 보조 배터리라고 추정하는데 어떤 과정으로 폭발했는지 모르지만 중국은 10000 이상의 용량이면 허용이 안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외국여행 시 나의 검은 배터리를 항상 주의 깊게 살피는 바람에, 새로 마련한 20000 용량의 배터리는 한국 출국 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중국에서는 검열대상에 걸린 것이다. 처음으로 안 사실이라 배터리를 뺏기나 보다 했는데, 이번에 새로 산 배터리라 말하며 변명을 하니 검사를 한 후에 다행히 건네주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검색대를 통과하며 용량이 낮은 배터리를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변수가 가끔은 생기지만 항상 편안할 수 있는 여행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새로운 여행을 찾아 또 떠나는 것 같다. 여행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걸어 다닐 수 있음에 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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