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채구 여행(4)-구채구

중국 쓰촨 성

by 청현 김미숙

아침을 간단히 먹고 7시 30분 드디어 구채구 관광을 떠난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우비를 준비하고, 고산지역인 데다 눈이 녹지 않은 곳도 있어 옷을 최대한 두껍게 입으라는 가이드 말에 패딩을 입고 버스에 올라탄다. 고산증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내일 가는 황룡은 더 높다고 고산증 약은 아껴두라고 말한다.


중국 쓰촨성 아바 장족 자치주 깊은 산속, 해발 2,000m가 넘는 고원지대에 자리한 구채구(九寨沟, Jiǔzhàigōu)는 ‘아홉 개의 티베트 마을이 자리한 골짜기’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이곳에는 지금도 장족(藏族, Tibetan)과 창족(羌族, Qiang) 사람들이 옛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이 계곡은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기에 자연과 문화가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보존될 수 있었고 1970년대에 들어서야 세상에 알려졌으며, 199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해발 2,000~4,50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100개 이상의 호수와 폭포가 Y자형 계곡을 따라 펼쳐져 쉽게 사람들이 접근을 하지 못했는데 1970년대 티베트인 벌목 노동자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한다.


구채구는 왜 유명할까?

중국에는 “산을 보려면 황산으로, 물을 보려면 구채구로 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에메랄드, 코발트블루, 옥빛이 겹겹이 스며드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겹쳐진 오색호수를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채구는 약 2억 년 전 석회암 지대에서 지하수의 작용으로 형성된 카르스트 지형으로, 동굴과 협곡, 기암괴석, 호수 등이 발달하였는데 특히 석회질 때문에 벌목시 물속에 들어간 나무들이 썩지 않고 맑은 호수물에 형태를 그대로 볼 수 있어서 물에 비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이 인간에게 준 거울”이라 불리는 경해(鏡海, Mirror Lake)와, 구채구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오화해(五花海, Five Flower Lake), 물방울이 햇살을 받아 진주처럼 반짝이며 흩어지는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 Pearl Shoal Waterfall)등은 티베트 문화와 전설을 간직한 채 고고하게 그들의 에메랄드 빛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구채구는 유명한 관광지답게 들어가는 입구부터 중국의 거대함을 느끼게 한다. 평일이고 비가 조금씩 내리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구채구로 몰려들고 있었다. 구채구는 산속 깊은 곳에 있어서인지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구름에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


구채구 입구에 도착해 셔틀버스를 타고 중국버스 안내 여자의 알아듣지 못하는 해설을 들으며 30여분 동안 더 이동 후 버스에서 내렸다. 해설을 번역기 이용해 사용해 보았으나 번역기가 엉터리로 통역을 하는 바람에 아직도 통역기능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구나를 실감하며 대충 주변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느꼈을 뿐이다.


버스에 타면 왼쪽으로 앉으라고 가이드가 미리 팁을 준다. 차창을 스치며 운무에 쌓인 산과 그 아래 형언할 수 없는 에메랄드빛의 호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의 신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초록물의 투명한 색깔이 나올 수 있을까? 산에서 흐르는 물이 하늘색과 대비되며 하늘이 호수에 내려앉은듯하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구채구가 형성된 과정이 안내판에 적혀있다. AI덕분에 어느 나라에 가든 쉽게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안내판이 가장 정확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1910년 인도판과 유라시아고원이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티배트 고원이 급격히 융기하여 지난 1만 년 동안에 해발 1000미터까지 솟아올라 구채구가 되었다고 한다. 어느 때부턴가 설명서를 찍고 번역해 읽으니 관광하는 내내 더 집중해서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의 긴 행렬을 따라 목적지도 모른 채 계속 걸었다. 드디어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에 이르자 거대한 에메랄드빛 호수 오화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의 물이 빛의 각도와 계절, 날씨에 따라 청록색, 파란색, 남색, 황금빛 등 다섯 가지 이상의 색으로 보여 ‘오화(五花)’라는 이름을 가진 이 호수는 이름답게 물이 너무 맑아 호수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고목과 산호 모양의 석회질이 선명히 보인다. 아 산속에 이런 예쁜 호수가 있다니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얼마나 신비로웠을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석회질 성분 때문에 썩지 않는 나무들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며 오히려 숲이 에 비친 반영과 더불어 호수밑의 다른 세상을 그려내고 있었다.

비가 서서히 그치고 운무가 조금씩 거치기 시작하니 투명한 호수가 초록빛으로 더 빛나고 있다. 맑은 날에 보면 운해를 볼 수 없는 대신에 하늘의 구름이 호수에 그림처럼 비칠 것 같다. 이 맑고 아름다운 풍경은 크로아티아의 폴리트비체 국립공원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폴리트 비체의 물보다 더 아름다운 물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기쁨에 겨워 앞으로 밟을 수 없는 이 호수를 향해 힘껏 뛰어본다.

이제 마지막 구채구의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폭포 중 하나인 진주탄 폭포(珍珠滩瀑布, Pearl Shoal Waterfall)를 향해 걸어간다.

구채구 폭포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이 폭포는 물이 층층이 넓은 바위 위를 흐르다가 절벽에서 흩어져 떨어지는데, 이때 흰 물방울이 진주(珍珠)처럼 빛나면서 흩어져 부쳐진 이름이라 한다. 정말 규모가 장관이고 흐르는 물소리도 웅장하였다. 직접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폭포였다. 가을이면 주변 단풍으로 더 아름답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폭포의 모습이 환상적이라고 한다. 중국은 정말 무한한 관광 자원을 가진 것 같다

버스로 돌아가는 길에 가을에는 다채로운 숲이 호수에 반사되어, 마치 호랑이 줄무늬처럼 보인다는 호랑이호(Tiger Lake)를 지나 끝없이 쏟아내리는 수정폭포와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걸어갔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듯하다.

걷다 보니 티베트 고유의상을 입고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커플들이 많이 보인다. 복장도 예쁘지만 그들의 얼굴은 맑은 정기를 받아서인지 더 청초하고 예뻤다. 구채구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티베트 불교와 장족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아직도 마을 사람들은 붉은 깃발과 불경을 걸어두고, 호수 앞에 작은 돌탑(마니석)을 쌓으며 기도한다고 한다. 처마밑에 달린 깃발 하나하나에는 불교 경전이 적혀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구채구는 여러 차례의 지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곳이다. 구채구 일대는 티베트 고원과 사천 분지가 만나는 곳으로, 지각 활동이 활발해 2008년 쓰촨 대지진(원촨 대지진, Mw 8.0)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었고, 특히 2017년 8월 8일에는 바로 이 지역에 규모 7.0의 지진이 다시 발생하여 사망자 약 25명 부상자 500명 이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구채구 국립공원 일부가 붕괴되거나 특히 노해(犀牛海), 화해(火花海), 노해폭포 등이 크게 손상되는 등 구채구 관광지와 인근 마을이 큰 피해를 입어서 몇 년간 구채구를 개방하지 않았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아직도 산의 일부가 허물어져 복구가 덜 된 곳을 군데군데 볼 수 있었다.

자연은 참 Irony 하다. 아름다운 곳을 파괴시키고 또 다른 자연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지구 속을 누가 판단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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