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채구 여행(5)-황룽(黃龙) 오색의 계곡

중국 황룽

by 청현 김미숙

어제와 같은 호텔에 숙박하여 산소호흡기를 끼우고 잤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고산증 증세로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오늘은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황룽으로 가는 날, 가이드는 오늘은 고산증 약도 먹고 산소 캔도 하나씩 사라고 (약 4000원) 권한다. 한국 공항에서 산 고산증 약을 찾아보았으나 나만 찾지 못해 먹지 못하고 나머지 일행은 고산증 약을 먹은 채 출발했다. 나는 머리가 많이 아파 구경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된 채 산소캔을 들고 옷을 두껍게 껴입은 채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중국 쓰촨 성에 위치한 구채구(중국어는 주자이거우)의 인근에 있는 황룽(黄龙, Huanglong)은 계곡 전체가 마치 노란 용이 산맥을 따라 몸을 비트는 듯한 모습이라 하여 황룡(노란 용)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구채구 사진에서 보는 사진이 바로 이 황룽의 오색연못이라고 한다. 케이블카를 탄 채 바라본 황룽은 눈이 아직도 녹지 않은 채 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설산이 보였다. 마치 한여름에 히말라야 등반하는 기분이었다. 설산을 보니 더 춥게 느껴진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산소캔의 산소를 들이마시고 해발 3,600m에 위치한 불교 사원 황룽 사원(黄龙寺)에 도착하여 옆에 나 있는 데크를 따라 출발한다. 황룽 사원은 티베트 불교의 성지로 여겨 이곳의 오색 연못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티베트 불교에서 말하는 우주의 다섯 원소(五行: 목, 화, 토, 금, 수)와 연결된 신성한 장소로 여겨진다. 이곳은 신의 성지로 여겨 순례자들은 이곳을 찾아 기도와 제물 공양을 올리며, 가정의 평화와 나라의 번영을 기원했다고 한다.


드디어 황룽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오색연못(五彩池, Five-Color Pool)의 계단에 오른다. 석회암과 백운석이 풍부한 노란 바위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숨이 가쁜 나는 가끔씩 산소캔의 산소를 들이마시며 올라야 했다. 산소캔이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은 준 것 같다.

드디어 푸른빛, 청록, 금빛, 심지어 보랏빛까지 형형색색의 물빛이 층층이 펼쳐져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니 계단식 작은 연못들이 환상처럼 눈앞에 들어온다. 어제 구채구의 물빛과는 또 다른 바다빛의 작은 각각의 연못들이 아기자기하게 각각의 신비로운 색상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색상의 물을 앞으로 보게 될 수 있을까?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너무 예쁜 색상이었다. 물의 색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설산을 배경으로 다랭이 논처럼 계단식으로 펼쳐진 작은 연못들의 끝자락엔 멋진 황릉 사원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황룽 오색연못의 청록과 파란색이 생기는 이유는 지하수 속에 녹아든 칼슘 성분이 표면에 침전되면서 계단식 석회암 지형을 만들었고, 이것이 연못과 호수의 “자연 그릇”이 되었다고 한다. 햇빛이 들어올 때 광물질이 만나 굴절·반사가 달라지면서 물빛이 파랑·초록·노랑·청록 등으로 다양하게 보인다고 한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이번에는 케이블카가 아닌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많은 연못들이 겹겹이 보이고 작은 폭포가 흘러내리는 곳을 감상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운무가 낀 산과 아름다운 색상의 물빛 그리고 초록빛의 나무들이 수면에 비치며 절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도로 내려갔으면 보지 못했을 풍광이었다.

다행히 내려오는 길에는 비가 그쳐서 운무가 지나가면서 산의 형태가 드러나는 아름다운 모습과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햇빛에 반사되어 황금빛 모래가 흐르는 듯 보이는 진사폭포(金沙瀑布, Golden Sand Waterfall) 등에서 화룽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계단이 너무 많고 화장실도 간격이 너무 멀어 더 나이 들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능하면 눈에도 담고 카메라에도 이 경치를 듬뿍 담아가고 싶었다. 머리도 하산하면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고 고산증 약을 먹은 우리 일행은 산소캔도 의지하지 않은 채 내려왔다. 특히 다리가 아픈 맏언니는 케이블카로 다시 돌아가려고 계획했었는데 아름다운 연못색상에 빠져 무사히 완주를 할 수 있었다. 언니 스스로도 자신이 너무 대견하다고 말하며 이 경치를 본 것에 대단히 기뻐했다.

같은 연못이라도 날씨, 시간, 계절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인다는 황룽의 색채는 우주의 조화를 뜻하는 오행(五行: 목, 화, 토, 금, 수)과 결합되어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선산의 기운을 받아 지상의 천국의 색깔을 만들고 있는 듯했다. 이 황룽을 보고 나니 지금까지의 고산증과 버스여행의 지루함이 한 번에 다 사라진듯하다. 사람들이 왜 한 번은 구채구여행을 권하는지 이해가 간다.

구채구(중국말은 주자이거우)는 맑은 신비의 물빛 판타지였다면 황룽은 노란 용의 등 위에 펼쳐진 자연이 빚은 거대한 색채 팔레트를 맛본 것 같다. 해발 3,576m,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산 다색 석방 연못으로 약 693개 연못이 자연 분재처럼 각각의 색채로 이루어져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예쁜 색채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을에도 이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싶지만 무리한 욕심이리라 생각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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