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마케팅

by 곽향훈

"IT 서비스를 전단지로 홍보한다고요?"


2020년 추운 겨울날, 신규 오픈한 서비스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 아이디어를 공유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IT 서비스 마케팅이라고 하면 당연히 페이스북 광고, 구글 애즈,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떠울리는 시대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주 적은 마케팅 예산으로 PMF를 검증하는 효과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 디지털 광고의 클릭당 비용은 합리적인 수준이었지만 그마저도 어려웠다. 경쟁사들은 대규모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고,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몇 주간 고민하다가 문득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 경험이 떠올랐다. 전단지를 돌리며 번 시급으로 라면을 사 먹던 그때처럼, 이번에도 발로 뛰어보기로 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는 초등학생 저학년을 위한 코딩 교육 플랫폼이었다. 아이의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 특히 엄마들이 주요 타겟이었다. 지역 기반으로 시작해서 입소문을 타게 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다. 온라인 광고는 타겟팅이 넓어 휘발성이 강하지만, 오프라인 광고는 특정 지역의 학부모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 명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점으로 전단지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전단지 디자인은 학부모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 아이의 미래, 코딩으로 준비하세요"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초등학교 저학년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수업 화면을 이미지로 넣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체험 수업을 예약할 수 있게 했다.


배포 전략도 세웠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주말엔 학원가와 키즈카페 근처에서, 평일 낮에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시간대별로 학부모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동선을 짰다. 체계적인 distribute가 성공의 열쇠라고 믿었다.


첫날부터 반응이 왔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코딩 교육이 있었네요!"라며 반가워하시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특히 직접 얼굴을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았다. 온라인 광고였다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학부모들이 전단지를 보며 발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놀라운 건 당일 저녁부터 체험 수업 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는 "옆집 친구 엄마가 추천해 줘서 왔어요"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되었다. 우리의 계획대로 학부모 네트워크를 통한 입소문이 작게나마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2주 동안 5000장의 전단지를 돌렸다. 그 결과로 첫 달에만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체험 수업을 신청했다. 온라인 광고였다면 얼마가 들었을지 모르는 성과를 몸으로 직접 뛰어 만들어냈다. 더불어 학부모들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얻은 피드백은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금상첨화였다.


지금도 그때의 전단지 한 장을 책상 서랍에 보관해 두었다. 구겨지고 바랜 종이 한 장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전략과 실행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은 기업에서 중요한 건 결국 돈이 아니라 타겟 고객에 대한 이해와 그에 맞는 적절한 접근 방식이라는 걸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전단지를 돌린다는 것이 어쩌면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아날로그적 접근이 또 다른 인사이트를 주기도 한다. 특히 교육 서비스처럼 신뢰도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끔 아이디어가 잘 생각나지 않을 때 전단지가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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