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조직의 의미
오늘 대학원 수업에서 교수님이 던진 질문이 머릿속에 맴돈다. "조직이란 무엇인가요?" 처음엔 너무 쉬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회사나 학교, 정부기관 같은 것이 조직이지. 하지만 생각할수록 이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수업에서 배운 조직의 사전적 정의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사람 이상이 모여 구성된 집합적 실체 혹은 협력적 사회단위"였다. 그리고 "목적 달성을 위해 계획된 사람과 기술의 시스템"이라고도 했다.
이 정의를 듣자마자 내 일상 속 다양한 '조직'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물론이고, 주말마다 가는 스쿼시 모임, 심지어 나와 부모님, 여동생으로 구성된 우리 가족까지도 조직의 정의에 들어맞는다. 모두 공통 목표가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니까.
'조직'이라는 단어는 도구나 연장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orga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기관'과 같은 어원이다. 마치 우리 몸의 장기들이 각자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의 몸을 이루듯, 조직도 다양한 부분들이 각자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내가 일하는 회사도 다르게 보인다. 영업팀은 산소를 공급하는 폐처럼 외부와 소통하고, 재무팀은 영양분을 관리하는 간 같고, 제품팀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뇌 같다. 그리고 나? PM인 나는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잘 돌아가게 조정하는 신경계 같은 역할일까?
조직행동 수업에서 배운 또 다른 중요한 내용은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것이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부터 페이욜의 일반관리론, 인간관계론, 시스템 이론, 상황이론까지 다양한 이론들이 조직의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이 이론들을 배우면서 깨달은 건, 모든 조직이 결국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이다. 아무리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춰도,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건 사람이다. 그래서 조직을 이해하려면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 팀에서도 이런 모습을 본다. 같은 업무 지시를 내려도 A는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고, B는 부담스러워하고, C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런 차이가 바로 조직행동론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팀원으로 일하면서 겪은 조직에 대한 경험을 돌아보면, 조직은 단순히 기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감정이 있고, 분위기가 있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재작년, 팀이 신규 B2B 솔루션 서비스를 오픈하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의 일이 생생하다. 경영진은 6개월 내 출시를 원했지만, 실제로 필요한 개발 기간은 최소 10개월로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첫 킥오프 미팅에서 팀원들의 표정은 이미 지쳐 있었다.
기술 책임자는 "기존 레거시 시스템과의 연동만 해도 3개월은 필요하다"며 일정에 강한 우려를 표했고, 영업팀 담당자는 "이미 여러 잠재 고객사에 약속한 기능들이 있어 타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두 팀 사이에서 난처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우선순위 설정이었다. 기술팀은 시스템 안정성과 확장성을 우선시했고, 영업팀은 고객사가 요구하는 필수 기능과 커스터마이징을 강조했다. 더불어 재무팀에서는 "개발 리소스를 더 투입할 예산이 없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회의는 각자의 입장만 확인한 채 어색하게 마무리되었다.
답이 없다고 생각한 며칠 후, 팀장님께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먼저 모든 팀에게 "이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요청했다. 놀랍게도 모든 팀의 비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술팀도 영업팀도 "고객의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주는 안정적인 서비스"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 공통 비전을 바탕으로, '단계적 출시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 기능만 갖춘 MVP를 4개월 안에 출시하되, 초기에는 이해도가 높은 2-3개 고객사와만 협업하기로 했다. 영업팀은 이 고객사들에게 '얼리 어답터 파트너십'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제안했고, 이것이 오히려 그들의 참여 의욕을 높였다.
가장 큰 변화는 조직 내 소통 방식이었다. 기존에는 각 부서가 자신의 영역만 챙기는 사일로(silo) 현상이 있었다면, 이제는 부서 간 경계를 넘나드는 '태스크 포스'가 형성되었다. 기술팀의 개발자가 직접 고객사 미팅에 참석하기도 하고, 영업 담당자가 기술 회의에 참여해 고객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때 느낀 건, 조직은 단순한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라는 점이다. 마치 화학반응처럼, 개인들이 모여 전혀 새로운 특성을 가진 하나의 실체가 되는 것이다. 처음의 갈등과 긴장감은 오히려 더 강한 팀워크와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촉매제가 되었다. 모든 부서는 독립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상호연결된 시스템이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다.
수업에서 배운 IPO(Input-Process-Output) 모델도 조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조직에는 투입되는 요소(사람, 자원, 아이디어)가 있고, 그것이 과정을 거쳐 결과물로 나온다.
우리 팀의 경우, 다양한 배경과 기술을 가진 팀원들(Input)이 협업하고 소통하는 과정(Process)을 통해 프로젝트 성과(Output)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개인 수준, 그룹 수준, 조직 수준의 다양한 요소들이 상호작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똑같은 투입 요소가 들어가도 과정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조직의 매력이자 도전이 아닐까?
조직행동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학문이 만나는 교차점이라는 점이다. 심리학, 사회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인류학, 정치학, 공학, 의학까지... 모든 학문이 조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팀장으로서, 그리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나도 이제 조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의 수업이 더 기대된다. 조직행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매일 내가 경험하는 현실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많은 지혜를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