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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삼 Nov 13. 2015

2014, 홍콩 #02

둘째 날 마카오  헤리티지

#02, 마카오 (개)고생기와 헤리티지







처음 접해보는 외국 돈.





사진은 홍콩 여행 첫날 홍콩 돈이 신기해서 찍어 본 사진. 분명 같은 금액의 돈인데 동전도 있고, 지폐 그림도 다르고. 진짜 돈  계산할 때 너무 힘들었다. :(





D+2, 2014.10.04




#홍콩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아침


전날 디즈니랜드를 너무 신나게 돌아다닌 탓인지(사실 3시간만 자고 돌아다니는 강행군을 하느라...), 일어날 때부터 나와 동기는 굉장히 피로한 상태였다. 그러나  둘째 날은 마카오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조금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아무래도 홍콩으로 오기 전, 한국에서 일정을 짤 때 마카오 일정이 제일 두근거렸기 때문이었다.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으로써 아시아의 포르투갈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에그타르트도 너무 기대됐고, 건물들도 유럽풍이라 가면 인생 샷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가지고 온 옷 중에 사진 찍히기 가장 좋은 옷으로 골라 입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꽃단장을 했던 날이기도 했다.










가령 이렇게... 흰 원피스에 검정 재킷(더워서 숨질  뻔했다는 건 안 비밀이다.)에 멋을 한껏 부린 거란 티를 팍팍 내는 플로피 햇까지. 아주 신나서 부지런히 꾸몄다. 그리고 나와 동기는 숙소를 나섰다. 마카오로 향하는 한 발, 한 발이 설렘 가득했다.



#마카오 가는 길


우선 마카오로 가는 페리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갔다. 그래서 우린 스타페리 선착장 쪽으로 가면 되는 거였는데, 문제는 스타페리 선착장을 지. 나. 서 하버시티를 넘어 가야 하는 길이었다. 그러나 나와 동기는 정말 미칠 듯핝 길치녀들이었기 때문에... 아...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난다. 우리의 무지함에...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하는 곳까지는 무사히 갔다. 시계탑도 보면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우리의 발 끝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한참을 이 길, 저 길을 지도 앱을 들여다 보면서 겨우 페리 타는 곳까지 찾아서 급하게 바우처를 내밀고 티켓을 끊었는데 우리 티켓을 끊어주던 직원이 다급함을 보았는지 웃으면서 얼른 뛰어가라고 말해주었다.



"얼른 뛰어가요! 저쪽이에요, 저쪽! 뛰어요! 어서!"
"고마워요!"



그렇게 땡큐 땡큐를 외치며 뛰어갔으나, 결과는 fail. 우리가 타야 했던 1시 30분 배는 이미 떠나 버린 것이다. 처음엔 어디서 타야 해요?라고 직원들에게 물었는데, 남자 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중국어로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아, 이를 어찌한담.



"죄송한데, 이 배 타려면 어디 서야 해요?"
"쏼라쏼라(중국어로 설명하시는 중.)"
"죄송한데요.. 영어로 말씀해 주시면  안 되나요..? 제가 한국인이라서..."
"쏼라쏼라(내 부탁엔 아랑곳 않고 중국어로 말하는 중.)"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어쩌지 하다가 다른 직원에게 표를 들이밀자 자기 앞에 있는 줄에 서있으라고 한다. 나와 동기는 이게 무슨 줄이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줄이 자기가 예약한 시간의 배를 타지 못한 사람들이 서있는 줄이었고, 해당 시간의 배에 자리가 남으면 거기에 낑겨(?)타는 줄이었던 것이다.


마카오 페리를 탈 때, 혹시라도 배를 놓쳐도 걱정하지 마라. 일단은 다 태워준다. 비록 그 과정이 험난할 지라도...


어찌 되었든 나와 내 동기는 1시 30분 예약한 배를 놓쳤고, 2시 배는 자리가 없어서 탑승하지 못했으며  그다음 3시 배에 겨우 낑겨탈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나와 내 동기가 마지막으로 들어가서 탔다. 정말 울 뻔했다.



#마카오 도착


홍콩에서 마카오로 가는 이동시간은 기억이 이제는 좀 가물가물한데 1시간? 인가 1시간 반 정도인가 했던 거 같다. 그래서 마카오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5시쯤이었는데, 나는 사실 이때부터 좀 뿔이 났던 거 같다. 계획했던 시간에서 벌써 약 3시간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둘러 볼 곳은 엄청 많은데, 반도 못 볼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침착하게 마카오 내에 호텔 셔틀 버스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리스보아 호텔 셔틀 버스를 탔는데(사실 이 버스 타기까지도 과정이 참 험난했다. 대체 어디로 가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 몰라 같은 자리만 10번은 뱅뱅 돈 거 같다. 이놈의 지독한 길치 대가리!),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내리고 나서도 문제였다. 마카오는 홍콩 유심이 통하질 않아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마카오 관광 실패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딸랑 관광 책자 하나 들고 길치 두 명이 길을 찾으려니... 하하. 정말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난다, 나 자신에게! 이런 똥 멍청이!


그래도 일단 우리 마카오 코스 중 첫 번째 건물은 호텔 근처여서 그랬는지 간단히 찾았다. 무슨 건물이었는지 이젠 이름도 기억 안 나지만.










이 건물인데, 우린 사실 이 건물 이후로 제대로 된 건물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 건물을 끝으로 우린 또 길을 잃었다.


날은 덥지. 시간은 날렸지. 길은 모르겠지.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엉엉.



결국 나와 내 동기의 사이로 짜증 섞인 침묵이 흘렀다. 서로 입을 열지 않았다. 짜증이 먼저 나서 내 멋대로 말도 않고, 모르는 길로만 가는 나도 문제였고, 언니 마음 몰라주던 동기도 문제였다. 아니, 사실 더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지금도 생각난다. 그 엄청나던 습기와 더위.


한참을 헤매다가 배가 고파져서 근처 크레페 가게에서 크레페를  사 먹었다. 그나마 이 크레페로 인해 기분이 좀 누그러졌다면 믿을까.










같이 나눠 먹은 동기의 말에 의하면 이 크레페에서 대학로 맛이 난다고 했다. 대학로 길거리에서 먹었던 크레페랑 맛이 똑같다고.


아무튼 주린 배를 크레페로 채우고, 기분도 좀 한결 나아진 상태로 나와 동기는 다시 씩씩하게 길을 찾기 시작했다. 나중엔 약간 번화가 같은 곳에 들어 갔는데, 동기가 지나가던 직장인 같은 언니 두 명을 붙잡고 길을 물었다.



"혹시 세나도 광장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지금 이렇게 쓰니까 굉장히 잘 물어본 거 같지만, 실제로는 "웨얼아유 세나도  광장?"이라고 물었다. 광장. 광장... 광장을 한국어로 물어본 것이다! 맙소사! 그래서 그 언니 둘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달고 왓? 왓? 하고 되물었고, 동기는 자신의 질문에 문제점을 전혀 모른 채 다시 한 번 세나도 광장을 외쳤다. 



사실 홍콩 여행 중에서 나름 입을 틔운 건 동기여서 짧은 영어라 할지라도 거침없이 두려움 없이 물었고, 모든 길은 그녀가 다 찾아주었다. 그러나 가끔 동기는 실수 한 가지씩을 하거나, 혹은 한두 번 정도는 못  알아듣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무 말 못하고 있던 내가 다행히 눈치껏 알아챌 때가 있어서 내가 보조를 했다고 해야 하나.



"미안해요. 세나도는 어떻게 가야 하나요?"



나는 동기의 질문에서 '광장' 이란 말을 빼고 다시 물었고, 언니들은 알았다며 자신들의 핸드폰으로 길을 검색하여(사실 그녀들도 이곳에서 일하지만 길은 잘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길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혹시 랭콤 알아요?"
"랭콤이요?"



랭콤? 랭콤이 뭐지. 둘이 한참을 서로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랭콤이 뭐야?



"아! 아아! 랑콤! 혹시 화장품 말하는 건가요?"
"맞아요, 화장품!"
"한국에선 랭콤이라 안 하고 랑콤이라 발음해요!"
"아, 그랬구나~."



랭콤, 랭콤을  중얼거리던 동기가 옳거니! 하며 소리쳤다. 아. 원래 발음은 랑콤이 아니라 랭콤이었구나. 아무튼 그 언니들은 랑콤을 지나쳐서 어쩌고, 저쩌구하며 세나도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었고, 우린 연신 땡큐를 외치며 신나게 세나도까지 길을 찾아갔다. 그리고 우린 발견했다. 세나도. 세나도 광장이다!










이게 그 여행 책자에서 엄청 봤던 성당 건물인데. 아, 이름이 뭐더라. 힘들게 찾은 곳이건만, 시간이 지나면 이처럼 쉽게 잊어 버린다.


이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봐야 할 건물들을 쏙쏙 찾아내었다.










굉장히 차이나스러웠는데 역시나, 건물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하.










이 건물은 임시청사... 뭐 그런 거였는데... 아.. 뭘까...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개고생 하면서 찾아내면 무얼 하나. 이렇게 술만 진창 먹어서 자꾸만 까먹는 뇌를 가졌는 걸.


그렇게 대충 속성으로 볼 거 다 봤다! 하고 우리끼리 결론을 내린 후엔 배가 고파져서 뭐라도 먹고 가자(실은 마카오 돈을 다 털고 가는 게 가장 주 목적이었다.), 싶어서 우린 미리 찾아둔 마카오 맛집은 모두 스킵하고 그냥 눈앞에 보이는 밥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카오에서의 저녁 식사






















메뉴판 설명을 보는데, 뭔가 맛있어 보이는 두 메뉴를 선정하여 디스 이즈, 디스 이즈를 연발하며 음식을 주문했다. 둘 다 배도 고프고, 힘들기도 해서 이젠 좀 편하게 맛있는 거 먹자! 싶어서 미리 나온 스프라이트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위에 올린 사진 속 음식들이 나왔다. 첫 번째 음식을 보고는 오 맛있겠다, 싶었고 두 번째 음식은 보자마자 잉? 싶었다. 면이 튀겨져.. 있다...? 신기해서 젓가락으로 뒤적이는데 무슨 튀김 덩어리처럼 면이... 들어서 씹으니 맛은 더 신기했다. 바삭거렸다. 면이. 분명 비벼 먹으라고 소스 뿌려준 거 같은데 어째서 면은... 왜죠...? 왜 라면땅이죠...? 그리고 맛은 왜 이리 더럽게 맛이 없죠...?


그리고 저 국수. 국물 있는 국수... 새우 딤섬은 진짜 맛있었는데, 면은... 아... 최악... 정말 최악... 홍콩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최악의 음식을 꼽으라면 여러 음식이 있지만(전체적으로 홍콩 음식은 나와 동기 두 명 다 맞지 않았다.), 이 음식들은 정말 최악이었다. 차라리 포르투갈식 음식점을 찾아서 갈 걸. 물론 시간도 없고, 체력도 없어서 아무 데나 들어간 거라곤 하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결국 우린 음식을 거의 다 남기고, 따로 주문한 스프라이트만 원샷을 때린 후(솔직히 난 스프라이트가 이렇게 맛있는 음료수인 줄 미처 몰랐다. 사랑해요, 스프라이트 라임 레몬맛.), 다시 홍콩섬으로 돌아가기 위한 페리를 타러 호텔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호텔 사진도 찍고, 나름 낮 동안 찍지 못한 사진을 실컷 찍는데(이제 집에 간다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셀카봉도 챙겨 갔는데 마카오 도착 초기에 지지대가 박살이 나서 셀카봉은  둘째 날 운명했다.), 사진이 참 애처롭기 그지 없다.






카지노 리스보아 호텔





사실 동기랑 카지노가 궁금해서 호텔 근처로 돌아온 후에 카지노에 입장을 해봤는데, 빠칭코를 하려다가 결국 내 동기는 홍딸 10달러만 날렸다고 한다. 아니, 기계에 영어로 안 쓰여있고, 왜 중국어로 쓰여있고 난리야. 일확천금의 꿈을 잠시나마 꾸었다가 언어의 장벽으로 도박을 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 나 이제 집에 가고 싶어요.






#다시 홍콩섬으로






선착장(?)에서 마지막 마카오 동전을 털기 위해 음료수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수.





 애플 그린티? 그런 거였는데 맛은 뭐 그냥저냥...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은 없는 그런 맛...






우리 이제 숙소로 돌아가요.






#헤리티지


홍콩에 무사히 도착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마냥 걷기만 하던 두 여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언니, 여기 좀 봐요. 엄청 예쁘지 않아요?"
"헐, 진짜. 엄청 예쁘다. 여기 뭐야? 우와!"
"구경 좀 할까요?"
"그래, 그래. 우리 마카오도 망했는데, 여기서 사진 찍고 가자!"



신나서 들어가  이곳저곳 사진을 찍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가 헤리티지였더라. 1664였나..? 사실 정확한 풀네임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래서 사람은 바로바로 기록을 해야 한다는데. 나는 이제 잦은 음주로 인해 알콜성 치매 조기증상이 오려고 하니.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 글 쓰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







폰카가 잡지 못하는 풍경.







여기가 헤리티지에요!







그리고 건진 인생샷.





이 자리를 빌려 홍콩에서의 인생 샷 잔뜩 건져주신 내 동기, 쏘핫 양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홍콩 여행 내내 짜증내서 미안했어. 엉엉.



#이날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었던 음식











마카오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린 전날 가는 길을 알아봐두었던 마트에 들러 폭풍 장을 봤다. 마실 음료도 사고, 물도 사고. 그러다가 1년 먼저 홍콩을 다녀온 내 친구들의 강력 추천을 받은 마트표 연어초밥과 맥주를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판매대행을 하던 제니 쿠키 호객행위를 하는 가게에 들어가 제니 쿠키도 적당한 바가지 가격에 사 왔는데, 세상에.


초밥이고, 쿠키고 미친 맛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초밥과 쿠키를 먹어치웠다고 한다.


확실히 홍콩 물가가 서울이랑 비슷하긴 한데, 맥주는 좀 더 저렴하더라. 연어초밥도 아주 약간. 그렇게 크게 차이는 안 나고, 아주 약간? 나는 스텔라, 동기는 아마 칭따오였을 것이다. 게하에 돌아와서 먹는 초밥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홍콩 음식이 맞지 않아  괴로워하던 우리에게 정말 소금 같은 존재가 된 연어초밥. 그리고 제니 쿠키. 이게 왜 마약 쿠키, 마약 쿠키 하는지 알겠더라.






디즈니랜드 갔다온 날 저녁에 먹은 샌드위치





아... 홍콩 향신료 안 맞는 사람들은 샌드위치도 함부로  사 먹지 마세요. 우리 둘 다 비주얼에 홀려서 덥석 집어왔는데 몇 입 먹고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샌드위치에서 알 수 없는 묘한 홍콩 맛이 났어...


저 슈웹스도.. 슈웹스인 줄 알고 집어 왔는데... 다행히 그럭저럭.. 먹을 만해서... 그냥 음료수는 코카콜라랑 스프라이트가 제일 짱입니다. 최고예요. 이것만 드세요.









2015.11.13

거의 일주일만에 브런치에 올리는 글. 유럽 여행기가 아닌 홍콩 여행기...ㅎㅎ...

뭐라도 마무리는 빨리 지어야 하니... 이렇게라도 해서 정리를 좀 하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올해 안으로 여행기들 마무리 못 지을 것 같은 기분이지만 나 자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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