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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삼 Nov 22. 2015

2014, 홍콩 #03

셋째 날, 침사추이



D+3, 2014.10.05



#순탄치 않은  셋째 날의 아침


최악이었던 마카오를 다녀오고, 어김없이 아침이 밝았다.  셋째 날의 일정은 우리가 묵고 있는 곳, 침사추이 시내 탐방이었다. 침사추이를 돌아다니며 하버시티 구경 및 쇼핑과 야시장을 가는 것이 이 날의 목표였다. 첫날,  둘째 날처럼 또 한 번 빡세게 놀러 온 티를 팍팍 내며 한껏 꾸미고 나서야 우리는 숙소를 나섰다.






매일 아침 여기서 셀카를 찍는 것이 무슨 의식처럼 되어 버렸다




날씨는 정말 화창했다. 너무 화창해서 정말 화가 날  뻔했다. 분명 우린 한국 기준으로 선선한 10월에 여행을 왔건만, 홍콩의 10월은 우리 내 7,8월에 맞먹는 더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덥다. 더워. 그리고 습하다. 숨을 쉴 때마다 턱턱 막혔다.  숨 쉬는 게 괴로울 지경이었다. 당연히 이쯤 되는 습도라면 짜증도 같이 동반되고, 지나가다가도 상점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에어컨 냉기에 영혼이 빨려 들어가듯 다가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홍콩에서  셋째 날을 맞이하고 나서야 드디어 홍콩을 돌아보게 되었는데(아무래도 첫날은 디즈니랜드에  둘째 날은 마카오를 갔으니 말이다.),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이거 하나였다. 지구 온난화는 사실 홍콩 때문이 아닐까... 하고. 그 정도로 홍콩의 모든 상점들은 하나같이 에어컨을 정말 빵! 빵! 하게 틀고 있었다. 심지어 대중교통에서까지도! 어느 정도냐면 버스를 10분 이상 타고 있으면 에어컨 냉기에 추워서 바들바들 떨 정도?


홍콩의 세 번째 날에 처음으로 향한 곳은 시계탑이었다.








그 전날 마카오 가던 길에 잠깐 본 시계탑은 다음 날을 기약하며 지나쳤는데, 다시 보니 사진을 마구 찍게 만드는 외관이었다. 근데 사실 빅벤에 가면 더 감동이 크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도 하긴 했지만. (이 글 작성 당시 유럽 여행 가기 전이었는데, 확실히 런던의 빅벤이 감동은 더 크다. 비교가 안 돼...)



어쨌든. 나랑 동기는 또 신나서 시계탑 앞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었다. 정말 미친 듯이 사진을 찍은 거 같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찍어대도 건진 건 별로 없다는 게 함정이다.








시계탑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낸 다음 우린 하버시티로 향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대형 쇼핑센터니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뭐 건대에 스타시티나... 엔터식스나... 커먼그라운드?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근데 더 중요한 건. 난 커먼 그라운드 아직 안 가봤다. 아, 그래. 제 2의 롯데월드? 도 비슷하겠다.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나는 사실 명품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뭘 보든 시큰둥 하기는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제품들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한국보다 약간 저렴한 정도? 대체 홍콩에서 왜 쇼핑을 하고 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돌아다니가 우리는 이벤트 홀 같은 곳을 발견했다. 그곳에 들어가니 각종 제품들이 엄청난 세일을 하고 있었는데, 동기는 거기서 남동생 옷을 사줬고 나는 여기서 점점 불어나는 짐들을 감당할 수 없을  듯해서 20인치 캐리어 하나를 구매하기로 했다.



그때의 난 몰랐다. 하버시티에서의 이 캐리어 구매가 훗날 날 빡침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줄은. 하하. 지나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매우 빡치는 추억이다.


동기가 다른 곳을 둘러 볼 때 나도 열심히 캐리어들을 뒤적거렸는데, 캐리어 가격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아서 나는 그곳에 있는 모든 캐리어가 정말 그 가격이 저렴한 건 줄 알았다. 그래서 20인치 캐리어를 6만 원 주고 샀는데, 세상에. 나 저번 주에 25인치 4만 5천 원에 샀다. 아주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구매할 캐리어를 심사숙고 끝에 결정하고 구매를 하러 직원을 찾았다. 그러자 말쑥하게 생긴 남자 직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에게 갑자기 중국어로 말하는 직원의 모습에 당황해서 얼른 "아, 저  한국인이에요."라고 하자 직원이 미안하다며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걸로 줄까요?"
"네, 이거 사고 싶어요."



글로는 이렇게 적고 있지만 상대방은 유창한 영어, 나는 단어 나열의 끝판왕 더듬더듬 영어란 사실은 잠시 잊어주면 참 좋을 거 같다.



"따라오세요."




직원을 따라 계산대로 가 결제를 했다. 이때 카드 결제를 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결제를 마치고 나서 직원은 계산대에서 나오더니 캐리어 사용법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아, 물론 영어로 말이다.



"자, 보세요. 지퍼는 여기 있고 이걸 양 옆으로 열면 캐리어가 펼쳐져요. 내부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캐리어를 열어 내부를 보여주더니  이것저것 지퍼도 열었다, 닫았다 한다. 대충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건 비밀번호 설정하는 거예요. 이렇게 지퍼를 잠그고 이 홈에 끼워두고 설정한 번호를 돌리면 열리고,  아니면 열리지 않아요. 초기 비밀 번호는 000이에요."



쓰면서도 느끼지만 참 놀라운 사실은 내가 영어로 말은 잘 못해도 눈치로는 무슨  말하는지 대충은 때려 맞춘 다는 거다. 나도 이런 내 모습에 여행 내내 많이 놀랐다.



"비밀번호 바꿔줄게요. 비밀번호 바꿀 때는 이 걸 당겼다가 돌려 놓으면 비밀번호가 설정돼요.  이해했어요?"
"아, 네."
"그럼 어디 한 번 비밀번호 설정해 볼래요?"
"아, 네. 이렇게요?"
"네. 잘했어요."



뭔가 선생님한테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지만 칭찬도 받았다.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나서 나에게 설명서를 주며 잘 보관하라더니 캐리어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 때 참 좋았던 건, 영어를 말하는 직원분 목소리가 정말 꿀성대였다는 거. 목소리가 정말 잘생겼더라. 귀가 녹았다, 녹았어. 아마 나 설명 듣는 내내 헤벌쭉한 표정을 지었을 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니 참, 등신 같았을 거 같다.


캐리어를 구매하고 나서 신나는 마음에 들고 있던 모든 짐들을 캐리어에 다 쑤셔 박았다. 짐에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전날 제니 쿠키도 쓸어왔는데, 어떻게 들고 가나.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 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기분 좋은 쇼핑을 마치고 나서 우린 리펄스베이에 가기로 했다. 리펄스베이는 홍콩에 있는 해변가? 같은 건데 그곳엔 엄청 부자들만 산다는 아파트? 멘션? 같은 것도 있다고 한다. 무슨 네모난 건물인데 중간에 네모 구멍이 있는 건물인데 그 구멍이 용이 지나가는  곳?이라 해서 엄청 비싸단다. 사실 내가 알아본 게 아니라서 잘 모른다.













버스를 타고 리펄스 베이에 도착한 나와 동기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또 열심히 찍었다. 그러나 정말 슬픈 건 뭐냐면.. 홍콩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홍콩 냄새는 잘 나지  않는다는 거다. 외국인지 잘 모를 듯한 이 배경들. 내 첫 해외여행이라 티 좀 팍팍 내고 싶었는데, 한국이랑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다. 바닷가도 사진 찍어서 동생 보여줬더니 해운대란다. 허허.








차라리 우리도 그곳에 왔던 서양 여행객들처럼 일광욕도 하고 해수욕도 즐겼으면 더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린 단벌신사. 비치웨어도 없었고, 수영복은 더더욱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게 온 곳이지만 잠깐 즐기고 다시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다음 일정은 타르청의 에그타르트를 먹는 것이었으므로.


 잠시 침사추이를 구경하면서 타르청 에그타르트를 먹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나와 동기는 엉뚱한 곳에서 하차를 했고, 침사추이로 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이 곳은 어디일까. 도저히 지도를 봐도 모르는 곳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가까운 지하철 역이라도 찾아서 지하철로  이동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지하철 역은 어떻게 찾지?


지나가는 가게마다 들러서 여기서 가까운 지하철은 어디로 가야 하냐며 물어 물어 다녔다. 그러다가 에그타르트를 파는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타르청은 아니었다.













"얼마예요?"
"50센트입니다(50센트가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맛있어요?"
"엄청!"



주인아저씨에게 맛있냐 물으니 엄청 맛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하시길래 우린 하나 사서 나눠 먹어보기로 했다. 왜 한 개만 샀냐고 물어본다면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지. 그러나 생각보다 자신감 넘치던 아저씨의 말과는 달리 맛은 그냥 저냥,  그럭저럭. 에그타르트를 먹어 치우고 어쩌다 육포 거리도 지나 다른 도로로 나왔는데, 여기서부터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 막막해졌다. 그러다 결국 동기는 지나가던 홍콩 아주머니에게 길을 묻기로 했다.



"실례합니다. 혹시 여기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이 근처인데, 내가 알려줄게요. 따라와요."



그냥 길만 알려주셔도 되는데, 아주머니는 정말 고맙게도 선뜻 우리 둘을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시겠다며 따라오라고 하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감사하다 인사를 꾸벅하고 따라가는데 동기는 길 가는 내내 아주머니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갔고, 나는 그 뒤를 말없이 쫓았다.


동기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단어만 나열하더라도 의사소통은 조금(?) 되었다. 나는 그게 참 신기했다.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내내 동기와 아주머니는 어디서 왔느냐. 어느 나라  사람이냐부터 시작해서 여행 온 거냐 등등 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지하철역. 우린 아주머니께 연신 고맙다 인사를 하고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침사추이에서 내린 다음 점심 겸 저녁으로 미리 알아둔 맛집을 가기로 했다. 사실 홍콩에 와서 삼일째까지 입에 맞는 음식을 못 만나서 우린 거의 반 강제로 굶고 다녔다. 둘 다 홍콩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단기 여행이라 망정이지.


우리가 갈 곳은 샤부샤부 집이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나네. 샤부샤부 무한 리필 집이었는데, 길을 찾아 가다 보니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허유 산도 중간에 발견했다. 동기와 나는 너무 기뻐서 샤부샤부를 다 먹고 나면 후식으로 허유산을 먹기로 하고 샤부샤부 집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짧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가게 이름을 착각해서 핵 비싼 가게로 잘못 들어간 일이 있었다. 테이블 안내를 받고 메뉴판까지 받았는데 우리가 오려고 했던 곳이 아닌 거다. 둘 다 당황해서 어쩌지 하다가 결국 급하게 도망치듯이 그곳을 나왔다. 홍콩은 영어도 쓰여있고, 한자도 쓰여있으니까 정말 가게 찾기기 너무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샤부샤부 집을 찾아 온 우리는 앉자마자 주문을 하고 고기와 야채들을 미친 듯이 담아왔다. 와, 샤부샤부는 맛있더라. 정말. 아, 여기선 훠궈인가? 육수는 일본 간장? 육수로 하고 양고기과 소고기 등을 미친 듯이 담갔다가 입속에 날랐다. 그리고 같이 시킨 스프라이트. 내가 정말 여행 다닐 때 매다 느끼는 건데 스프라이트는 최고의 음료임이 틀림없다. 어딜 가서 먹으나 진짜 제일 맛있다.









동영상도 열심히 찍어가며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하고, 후식까지(이 가게의 아이스크림은 무려 하겐다즈였다.) 해치우고 정각 20시에 한다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구경하러 부랴부랴 움직였다. 허유산에 들러 A1 망고주스를 구입한 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허유산에 대한 후기를 먼저 적자면... 아니, 대체 이게 왜 맛있다고 쓴 걸까, 다들? 진짜 진심 맛 없었다. 아니 내가 생각한 그런 맛이 아니잖아! 그냥 냉동 망고 물에 씻은 듯한 기분? 정말 핵 실망. 그리고 심포니 오브 라이트.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블로그 후기들을 잔뜩 읽고 간 상태라 기대가 정말 컸다. 그러나 시작된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내 생각보다 엄청 웅장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음악이 좀 나오고 건물에 불빛이  반짝반짝하는 정도? 이걸 왜 굳이 꼭 보라고 한 것일까. 뭐 그래도 사진과 동영상은 열심히 찍었다. 내가 또 이때 아니면 언제 홍콩에 와서 이런 걸 보겠냐며.






심포니 오브 라이트 야경. 핸드폰으로 찍는 야경은 보정이 필수다




셀카까지 야무지게 찍고 몽콕 야시장을 가기 위해 또 부지런히 움직였다. 야시장 마감 시간도 있고 하니 서둘러 버스 정류장에 가 2층 버스에 탑승했다. 그리고 우리는 얼른 올라가 2층 제일 앞자리를 차지했다. 야시장 가는 내내 2층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통로를 사이에 둔 우리 옆자리에도 한국 여행객 두 명이 그곳에 앉았다. 2층엔 한국말이 조잘조잘 울려대었다.


동기랑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내려야 할 곳에서 한 정거장 조금 일찍 내렸다. 방송을 잘 못 들어서 잘못 내린 것이다. 홍콩 버스는 너무 어렵다. 말이 너무 어려워. 홍콩 말 잘 못 알아듣겠어. 사실 영어여도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지도 앱에 의지하며 걷다 보니 몽콕 야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야시장엔 정말 파는 것만 팔더라. 엄청 많은 것들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캐릭터 USB랑 캐리어 네임텍, 손거울? 이런 거만 잔뜩 팔았다. 그러나 나는 그 손거울들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준비 해온 경비를 모두 탕진한 바람에 정말 거자였다, 거지. 동기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손가락만 빨았다.


그리고 야시장에서 동기는 정말 물 만난 물고기였다. 정말 흥정의 여왕 같았다. 모든 물건을 미친 듯이 깎는데, 정말 와. 입이 안 다물어지더라. 어땠냐면, 



"이거 얼마예요?"
"거기 앞에 쓰여있어요.(1달러에 4개.)"
"음, 너무 비싸네."
"이게 비싸다고? 에이 그럼 5개 줄게."
"비싸요."
"그럼 6개 줄게."
"8개 주세요."
"뭐? 8개?! 안돼! 6개!"
"노. 8개. 8개 아니면 안 사요."



그러더니 미련 없이 휙 돌아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진짜 주인 애태우는데 천재였다, 천재. 결국 먼저 애가 닳은 주인이 동기를 불러 세워 1달러에 8개를 팔고야 만다. 모든 흥정이 이런 식이었다. 일단 무조건 얼마인지(알면서도) 물어본다. 그런 다음 비싸다며 돌아서면 주인은 흥정을 해오기 시작한다. 어쩔 땐 원하는 가격을 찍어보라며 계산기를 내밀기도 한다. 그럼 동기는 정말 터무니없는 조건을 말하고 그럼 주인들은 놀라서 정말 팔짝 뛴다.


그중 가장 웃겼던 흥정 썰이 있다. 가격을 엄청 깎던 동기는 더 이상 먹히지 않자 가게 주인에게 엄청난 짓(?)을 하게 된다.



"너무 비싸요, 깎아 주세요."
"안돼,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이야. 더 이상은 안돼."
"아아아, 제발요. 제발 깎아주세요, 아아아(그 왜 있지 않은가. 한국 특유의 애교 부리는 듯 찡찡거리는 그 억양."



동기가 아아아, 거리며 어깨를 앞뒤로 흔들며 떼를 쓰자 그 모습을 본 주인아줌마가 정말 박장대소를 터트리더니 급기야는 동기를 따라 했다.



"아아아, 나도 안돼."
"아아앙, 제발요. 네? 조금만 더 깎아주세요."
"진짜 못 당하겠다. 알겠어, 줄게 줘."



동기는 결국 승리했다. 원하는 가격에 물건들을 샀다. 그 가게를 빠져 나올 때 가게 주인은 내 동기에게 "아아앙, 잘 가!" 라며 인사를 해줬다. 아마 그들은 내 동기를 '아아앙 한국인'쯤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 거리♬




야시장에서의 쇼핑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내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동기는 나에게 보조 배터리를 빌려주었다. 그래서 내 한 손엔 캐리어, 다른 손엔 보조배터리와 핸드폰이 들려 있었는데, 자신의 핸드폰으로 길 찾기를 하던 동기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동이 불편했던 나는 빠른 걸음의 동기를 부랴부랴 쫓아가다가 손에서 캐리어를 놓치고 말았다. 내 손에서 놓아진 캐리어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고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리에서 멈추고 이동을 하지 않자 나와 멀리 떨어진 동기가 그제 서야 나에게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서둘러 쓰러진 캐리어를 세우고, 손잡이를 잡는데. 세상에나. 캐리어가 고장 났다. 뽑아져 나온 손잡이가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람?


너무 당황해서 손잡이를 집어 넣으려고 억지로 꾸역꾸역 밀었더니 더 큰 문제가 생겨버렸다. 이번엔 손잡이가 뽑아져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손잡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걸 어떻게 끌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24인치도 아니고 20인치 캐리어인데. 그나마 다행인 건 그때 당시에 캐리어 안에 든 게 별로 없어서 들고 다녔지만 문제는  그다음날이었다. 물론 이 걱정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난 이때부터 조금 짜증이 난 상태였다. 사실 동기 원망도 좀 들었다. 조금만 천천히 가줬으면 내가 캐리어를 놓치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고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홍콩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널 부러트린 짐들과 쇼핑한 것들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록 고장 났지만 나도 일단은 들고 온 백팩에 모든 짐이 다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캐리어에 짐들을 담기 시작했다. 엄청난 부피를 차지하는 제니 쿠키까지 모든 짐을 다 정리하고 나서 캐리어를 들어봤다. 하.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엄청 무거웠다. 이걸 끌고 다녀도 무거울 판에, 들고 다녀야 한다니. 정말 머리가 아찔했다. 심지어 나는 수하물 추가도 안 해서 이걸 기내에 들고 타야 하는데..? 우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래도 내일의 걱정은 내일로 미루고.



우린 마지막 밤을 보내며(사실 서로에게 감정이 상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기는 모르겠지만 난 사실 동기에게 빈정이 상한 상태였다. 캐리어 무겁다고 징징거리는데, 난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끌지도 못하고 들고 다녀야 해서 더욱 짜증이 났던 던 사실이다.), 다음 날 한국으로 어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홍콩 음식은 다 맛이 없었기 때문에 얼른 한국 음식이 먹고 싶었다.







2015.11.22

일을 시작하니 글 쓸 시간이 더 없어졌고, 시험 기간도 겹쳐서 얼마나 꾸준히 쓸 수 있을까 걱정 되지만...

시험 공부 하는 틈틈히 딴짓을 글 쓰는 걸로 해야할 것 같다.

드디어 홍콩 여행 삼 일차를 마무리 하고, 이제 마지막 날 하루만 남았다.

유럽도 얼른 써야 하는데, 할 일이 많이 참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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