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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엉킨 실타래처럼

세이스강의 1502번째 자작시

by 세이스강 이윤재

뒤엉킨 실타래처럼 / 세이스강(이윤재)


이놈의 세상은

어디서부터 잘못 꼬인 건지

가닥이 안 잡힌다


바늘귀는 좁고

실은 끝없이 헝클어져

내 하루는 늘 매듭부터 시작하지


의지를 세우면 바람이 불고

생각을 굳히면 비가 쏟아진다

계획은 언제나 달력 밖에 머물러 있다


나는 분명 방향을 정했는데

길은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심지어 발자국마저 지워진다


고래처럼 커다란 꿈을 품으면

조개껍데기 같은 현실이

철썩— 하고 덮쳐온다


날이 선 결심은

세상의 무딘 칼끝에 부러지고

애써 지핀 불씨는

누군가의 한숨에 꺼진다


혹시, 나만 이런가

모두가 저마다의 허공에

연을 날리고 있는 건 아닐까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가는 듯한

그런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은 거대한 미로 같아서

출구는 있는데 입구만 보이는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꿰매며 걷는다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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