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배우는 나의 하루
세이스강(이윤재)
어머니의 따스한 품에서 세상의 온기를 처음 느꼈던 기억.
갓 태어난 아기가 세상 모든 것을 배우듯,
우리 모두는 그렇게 배움의 여정을 시작한다.
교실에서 지식을 탐구하고,
세상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인생을 배워간다.
그러나 그 배움을 삶의 일부로 녹여내고,
매 순간을 성장으로 만들어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30여 년 동안 철도공무원교육원의 교수로 강단에 서서
“배우고 사용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변치 않는 진리를 전했다.
“사람은 배운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이며,
보이는 만큼 생각하게 되고,
생각한 만큼 이해하며, 이해한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행동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 것을 활용하며 살아야 합니다.”
— 1997년 10월 9일, 철도공무원교육원 이윤재 교수의 강연 중에서
그때는 그 말의 무게를 다 알지 못했다.
그저 머리로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말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다.
매 순간, 매 호흡마다 그 진리를 실천하며 살고 있다.
나의 육체는 연약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던 5일간의 기억은
깊은 어둠 속을 헤매던 긴 꿈과 같았다.
기적처럼 눈을 떴지만 세상은 예전과 달랐다.
시야는 양쪽 눈 모두 절반만 보이고,
협심증,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이명, 비문증, 복시…
몸은 여기저기서 고장 신호를 보냈다.
스스로 웃으며 “나는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 농담했지만,
그 웃음 뒤에는 깊은 고독과 절망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의 나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몸이 건강하던 시절보다,
눈으로 세상을 온전히 보던 시절보다,
지금의 하루가 더 값지고 소중하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배우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어 강사이자 평생교육 전문가다.
세계 곳곳에서 온 외국인들이
낯선 언어인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내 수업을 듣는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과 꿈을 품고
대한민국이라는 낯선 땅에 발을 내딛는다.
이제는 카카오톡이나 위챗의 음성통화를 통해
지구 반대편의 학생들과도 연결된다.
국경을 넘어 들려오는 서툰 “안녕하세요” 한마디가
몇 달 후에는 감정이 실린 “선생님, 감사합니다”로 바뀐다.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그들의 성장이 곧 나의 배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답하며
나는 한국어를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 속에서 삶의 다양성을 배운다.
나는 등단 시인이며 수필가이자 작가다.
문학은 내게 또 다른 언어였고
삶을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학창시절 문예반에서 밤늦도록 시를 쓰고
백일장에 나가 상을 받으며
문학의 밤 행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던 그때
그 설렘은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 숨 쉰다.
그 시절의 소년은 이제 환갑을 넘긴 시인이 되었고
시낭송가이자 지도자가 되었다.
이제 나는 무대 위에서, 강의실에서
그리고 온라인의 공간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방과후학교에서 아이들과 글을 쓰고
지자체 평생학습관에서 성인들과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우며 시를 낭송한다.
온라인에서는 외국인들과 시를 나누며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교감을 이어간다.
아이들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성인들은 인생의 깊이를 품은 눈빛으로
삶의 문장을 되새긴다.
그들의 열정 속에서 나는 또다시 배운다.
가르치면서도 배우는 이 역설적인 행복이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마이크를 놓을 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심장이다.
그 마이크를 통해 나는 세상과 연결되고
시와 언어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
누군가 묻는다.
“그렇게 아픈 몸으로 어떻게 강의하고 글을 쓰십니까?”
나는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배움이 나를 살리고 글쓰기가 나를 숨 쉬게 하니까요.”
배움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마음의 태도다.
몸은 병들어도 배우려는 마음은 병들지 않는다.
눈은 희미하지만 마음의 시야는 오히려 넓어졌다.
보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고
들리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고통 속에서 예민해진 감각이
세상을 더욱 깊게 이해하게 한다.
이것이 내가 배움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국인과 한국어로 웃고
아이들과 시를 쓰고
어른들과 인생을 나눈다.
배움이 나를 살리고 가르침이 나를 성장시킨다.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하나의 시요,
하나의 기도다.
매 순간 배우고 나누고 성장하는 그 과정 속에서
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나의 존재는 더욱 뚜렷해진다.
나는 오늘도 배운다.
그리고 그 배움을 사람들에게 나눈다.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며 나의 문학이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일은
어둠 속에서 등불을 켜고 나아가는 것과 같다.
“배움은 끝이 없는 길이다.
그 길 위에 서 있는 한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