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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로 Aug 17. 2022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Hi-five)"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업(up)되는 행동이다.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친밀감도 꽤 커지고 행복해진다.

소속감도 생긴다.

특히 운동선수들이 승리하거나 만족한 경기를 하고 난 후 하는 하이파이브를 보면 짜릿하고 부럽다.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다.

나도 저렇게 멋진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다.

궁합이 딱 맞는 파트너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동작으로....

하-이-파~이~브!

난 멋지지는 않지만 소박하게라도 꼭 해보고 싶은 상대가 있다.

마음이 가니까 만져보고 확인하고 싶은 것처럼....

나와의 돈독한 관계를 확인하고 싶어서.

어떻게라도 좋다, 그냥 빗겨 맞아도 바람에 옷깃이 스치듯 해도 좋다.

"짝"하고 정확하게 부딪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응해주고 시늉만 해줘도 만족한다.

어떤 맘으로 응하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맞장구쳐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다.



오늘도 사료 봉지를 흔들면서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내가 다가가기까지 그녀는 나를 보며 다소곳이 앉아있다.

와 그녀의 거리가 좁혀지면, 그녀는 놀란 토끼눈에 귀를 쫑긋 세우고 몸은 살짝 웅크리며 몸의 중심을 그녀의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기울고 뒷발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

바닥에 붙은 꼬리는 끝을 살짝 들어 올려서 위아래로 천천히 까닥까닥 흔든다.

그만큼이 나와친분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빛보다 빠르게 도망치려는 동작이다.

동그랗게 커진 까만 눈으로 나와 사료 봉지를 번갈아 훑어보지만 그녀의 두뇌는 섬광과 같은 빠른 결정을 정확하게 내리고 있다.

흔들리는 사료 봉지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을...

난 그녀의 약점을 읽고는 긴장하는 그녀와 달리 아주 느긋하고 여유롭게 그녈 유혹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딱 한 걸음만큼의 거리를 지하고 서서 그녀 앞에 천천히 쪼그리고 앉았다.

그녀의 시선이 나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고 잔뜩 긴장한 몸은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흐물흐물 흐트러지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사료를 주는 것 이외의 다른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밥그릇 앞으로 걸어가려고 한다.

그때, 난 손바닥을 펴서 그녀 앞으로 내밀면서 "하이파이브"하고 말했다.

뜬금없는 나의 행동에 그녀의 눈은 더 커졌고 머리의 털이 삐죽삐죽 솟은 것처럼 빳빳해 보였다.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봉지를 뚫어지게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한편으론 넋이 나간 듯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다그치듯 손을 까닥까닥 약하게 흔들며 반복해서 말을 했다.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그녀의 표정은 점점 더 알 수 없이 야릇하게 변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껏 그녀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일 것이다.

그녀의 기억 속 어디에도 이런 유사한 정보 또한 찾을 수 없다는 듯이 난감한 표정으로 한참을 멍하니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오른쪽 앞발이 살짝 들어 올려졌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나의 의도를 알아챘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그녀와의 짜릿하고 감격적인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고 그녀와 나의 관계도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네 그녀는 들고 있던 앞발을 땅에 내려놓았다.

"이런 이게 아닌데...."

난 그녀가 내 말을 알아듣든 말든 계속해서 독촉했다.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시간이 지나도 꿈쩍 않는 그녀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구차한 애원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느꼈을 땐, 비참해졌고 오기까지 생겼다.

꾀 오랫동안 쪼그려 앉은 다리가 불편하고 힘들어졌다.

어느 순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녀는 이건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고 결론이 난 듯, 그녀의 오른발이 들어 올려졌다.

천천히 올라간 발은 허공에서 한참을 머물렸고 그녀는 내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허공에서 그녀의 발이 위아래로 두세 번 짧게 움직였다.

그리고는 섬광처럼 내 손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그때 난 한 줄기 번갯불이 내 심장을 뚫고 지나갔다.

 "했어, 해냈어."

그녀는 이렇게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냈지만 그녀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뭐 이런 쓸데없는 짓거리야."

"줄 거면 빨리 주지 않고."

"이건 필요 없어, 밥을 달라구."

"에잇, 나쁜 녀석."

"이 손 치워."

그녀는 나의 행동에 그녀만의 필살기로 나에게 짧고 강렬한 응징을 가한 것이었다.

하지만 발톱을 들어내지 않고 휘두른 그녀의 필살기.

나에 대한 배려임에 틀림없다고 난 믿고 있다.

이것이 그녀와 나의 첫 번째 멋진 하이파이브였다.

그녀는 "냥냥 펀치"로

난 "하이파이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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