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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로 Mar 01. 2022

까탈스러운 식성

저의 주인님은 식성이 유별납니다.

좋은 말로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보기엔 아주 까탈스럽다고 봐야 할 것 같지만요.

하루에 한두 번에서 많게는 네다섯 번씩 밥을 먹고 가지만 꼭 먹는 만 먹지 다른 건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먹지도 않습니다.

저희 을 오고 가는 고객이나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간혹 좋은 캔이나 사료 또는 마른 생선을 갖다 줘서 그릇에 담아주지만 전혀 입도 안된다는 것이지요.

저는 한편으론 부듯합니다.

제가 주는 사료가 아니면 절대 입에 대지 않으니까요.

집사인 나만 신뢰하고 있고, 주인으로서 의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부러움도 사지요.

이런 주인님이 저에게 한 번도 곁을 내주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본인이 정한 규칙에서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 년 넘게 주인님 곁을 지킨 정성을 봐서라도 한 번쯤은 거리를 좁혀줄 만도 한데 말입니다.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간절함에  집사의  물도 없이 군고구마를 삼킨 것처럼 답답합니다.

이런 간절한 집사의 맘을, 주인님은 날 배부른 돼지 앞에 놓인 사료처럼 대합니다.

그래도 집사를 생각하는 한결같은 주인님의 맘을 전 느낍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제가 챙겨 준 사료를 아주 맛있게 드시는 것만으로도 그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내가 챙겨 주는 사료를 먹고 매일매일 날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혹시, 내가 주는 사료가 입맛딱 맞아서 이것만 먹는다는, 이 사실을 나만 모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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