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들기 전 새벽

새벽시간은 빛이 들기 전 아주 차가운 시간이다.

by 낭종

어제와 오늘, 나는 멈춰 있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스스로를 다그치지도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냈다. ‘무기력하다’는 말이 이렇게 현실감 있게 다가온 적은 드물었다. 아마도,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가끔은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내 삶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나를 일으켜 세워준 단 한 사람. 수학 선생님. 그분의 한마디, 한 눈빛이 나를 다시 걷게 만들었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었다. 지금처럼 무너질 듯할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다. 동시에 이런 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부끄럽고, 죄송하다.


작년 어느 날, 선생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음료수 사줄 수 있으니까, 편히 연락해.”

그때는 가볍게 웃으며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안다.

그런데 수험생활에 들어서고 나니 마음이 점점 복잡해졌다.

‘지금 연락드려도 괜찮을까?’ ‘혹시 바쁘신 건 아닐까?’

선생님의 짧은 말 한 줄이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질문으로 불어났다. 마치 사회탐구 모의고사 총정리 문제집을 통째로 뒤집어쓴 기분이다.

결국 나는, 아직까지도 연락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속엔 바람이 있다. 언젠가 좋은 소식을 들고 선생님께 연락드리고 싶다.

그분은 아마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하실 것이다.

내가 웃는 모습만 봐도 함께 웃어주실 분이니까.

그래서 나는, 선생님께 꼭 보답하고 싶다.


요즘은 자꾸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된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이래도 되는 걸까?’

그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때리고, 그럴수록 움직일 수가 없다.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무너져 내리는 기분. 의지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오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가자. 집에만 있으면 안 좋아.”

그 말이 싫었던 건 아니다.

그저 나갈 힘조차 없었다.

햇살은 따뜻했지만, 내 방은 여전히 어둡고 조용했다.

그 안에서 나는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예전의 독기와 불꽃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점점 내 안의 나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슬럼프일까, 무기력증일까. 사실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머리카락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

그 하루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 사실 하나로, 겨우 버티고 있다.


“그렇지만 살아야지, ㅇㅇ아.”

내게 가장 큰 위로였던 말일까?

아무도 해주지 않았지만, 내가 나에게 해준 말.

비록 흔들리고 있지만, 나는 아직 나를 놓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가끔 “내일 학교 가기 싫다”라고 말하듯, 나도 오늘은 세상이 무섭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 믿고 싶다.

아직은 어둡지만, 이 마음 어딘가에 언젠가 따뜻한 햇살이 스며들기를.

그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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