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동안 어제의 일기 속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은 언제나 버겁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몸은 애벌레처럼 꾸역꾸역 이불속을 빠져나왔고, 눈꺼풀은 마지막 꿈을 놓지 못한 듯 무거웠다.
엄마는 오늘 비가 올 거라며 우산을 챙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집을 나서는데, 정말로 날씨가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흐렸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회색 하늘.
내 기분 같았다.
버스를 놓쳤다.
폰 화면 속 실시간 버스 도착 알림을 확인하는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괜찮다.
항상 놓치고, 늘 택시를 타니깐.
카카오택시를 불러 타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차 안은 조용했고, 어색했고, 그래서 편했다.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 켠이 서서히 무거워졌다.
공부 때문이 아니다.
인간관계,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가끔 너무 어렵고 조심스럽다.
저수지 위를 부유하는 이끼처럼, 나는 종종 나를 어디에 둘지 몰라 헤맨다.
첫 시간은 화법과 작문.
지겹고 어렵다.
11번 문제는 매번 틀린다.
글을 읽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피할 순 없다는 걸 안다.
지겹더라도 계속 고쳐 나가야겠지.
생활과 윤리 수행평가는 ‘나의 진로와 윤리’를 주제로 글과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주제를 듣자마자 7살 때 다녔던 미술학원이 떠올랐다.
13년 전, 그때의 나는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풀었고, 세상을 몰랐기에 더 순수했던 것 같다.
그건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순수함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어렵다고 한 글쓰기도 나는 한 시간 만에 써 내려갔다.
그리고 남은 시간엔 내가 설계하고 싶은 집의 인테리어를 그렸다.
처음에는 볼펜으로 시작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옆에 연필로 다시 그렸다.
1층만 완성했지만 이상하게 행복했다. 내 미래가
이렇게 사소한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아직 순수함을 잃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마지막 시간은 생명과학 수행평가.
그런데 오늘이 수행평가인 줄 모르고 원래 교실로 갔다가, 도서관으로 다시 올라갔다.
책을 읽고 보고서를 쓰는 활동이었는데,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서 그냥 사기로 했다.
내일 스터디카페 가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독서 지문 하나를 분석하며 ‘재미있다’고 스스로에게 세뇌시켰다
억지로라도 그렇게 세뇌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니까.
그럴 때 ‘세뇌’는 나에게 꽤 괜찮은 도구가 되어준다.
이 모든 하루가, 의미 없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비 오는 날의 흐릿한 공기 속에서, 마음 한 켠에 작은 온기가 피어올랐던 하루였다.
내일도 이런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조금은 덜 무겁고, 조금은 더 단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