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치아의 치료
20여 년 전 치과의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치과의사가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옛날 친구가 치료를 받으러 오겠다고 해서 흔쾌히 오라고 하고 치료를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충치치료를 아말감으로 해주었다는 것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일로 치료를 다 해주어야 했기 때문에 본(인상)을 떠야 하는 금봉(금인레이)이나 세라믹 인레이는 힘들고 레진이나 아말감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저는 레진 치료 후에 치아 과민증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를 보고 있던 상태라서 오히려 아말감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치료를 받은 친구는 무척 기분이 상한 것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험처리가 되는 저렴한 치료를 받았으니 모처럼 치과의사 된 친구를 찾아온 보람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친구가 성의 없이 치료를 해주었다고 생각해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겠지요. 게다가 그 친구는 아말감에 대해서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말감에 들어가 있는 수은 때문에 아말감의 유해성에 대해서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말감에 들어가 있는 수은이라도 일단 입 안에 들어가 완전하게 굳은 경우에는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 주고 교과서까지 찾아서 보여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아말감에 대해서 이래저래 하는 말은 많습니다만, 아말감이 치과 재료로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적어도 치료를 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조 과정과 폐기 과정 등에서 생길 수 있는 환경오염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료를 다루는 의사나 스텝이 장기간 이런 환경에 노출될 경우에는 해로울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아말감의 혼합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잔여 수은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걱정될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폐기물에 들어있는 잔여 수은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결코 무시할 수 없어서 아말감 폐기물은 따로 모아서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환경오염의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북유럽 등에서는 아말감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고, 미국에서도 사용은 가능하지만 되도록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재료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엔 아말감에 대해서 좋은 말들이 유독 많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국가에서 보험 적용을 해주는 재료가 이 아말감 외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적인 이유와 해체 시 발생할 수 있는 유해성을 들어 소신 있게 아말감을 사용하지 않는 치과의사는 자칫 한국에서는 아주 비양심적인 의사가 됩니다. 반면, 아말감을 많이 시술하는 치과의사는 서민을 위한 양심 있는 의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결국 보험이 되는 저렴한 치료가 아말감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레진 등의 심미적 재료가 보험이 적용된다면 아말감을 선택할 환자는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눈에 거슬리는 검고 어두운 색깔인 데다가 중금속인 수은까지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누가 아말감을 선택하겠습니까? 하지만 환자는 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진료실 오염을 걱정하면서도 치과의사 역시 그 재료를 선택해야 양심적인 치과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좀 걸릴지 모르지만 점차적으로 레진 등의 심미적 수복물 중 일부가 보험 적용이 될 것입니다. 현재는 만 12세까지 레진이 보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 나이까지는 보험이 적용되는 레진과 아말감 중에서 아말감을 선택하는 환자와 의사는 없습니다. 물론, 재료로서 아말감은 사실 훌륭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가족들에게 아말감은 잘해주지 않습니다.
* 치료법
법랑질의 일부만 썩었다면,
진정한 의미의 '치료'는 충치를 발생시키는 세균의 수를 줄이고, 이미 충치가 진행되어 미네랄 성분이 빠져나간 부위를 다시 채워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재광화 과정이라 하는데, 재광화가 순조롭게 이뤄지느냐 아니냐는 침 속의 칼슘에 달려 있지요.
일반적인 충치 치료를 하기 전에 이가 스스로 치유되는 것을 돕기 위해, 충치가 심한 이 밑 부분에 칼슘 층을 올려놓기도 하고 치료 목적으로 불소 도포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광화만으로 충치를 치료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일반적인 술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썩어있는 부분만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적절한 충전물로 수복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썩은 부위가 크거나 상아질까지 썩었다면,
법랑질과 상아질의 손상된 부위를 기계적으로 제거한 다음 충전 재료로 채워 주는데, 이 수복 과정이 흔히 '충치를 치료한다'라고 말하는 일반적인 치료 과정입니다. 아말감, 레진, 인레이, 온레이, 크라운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신경 조직까지 손상된 경우에는 이러한 치료로 회복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염증 부위를 제거하는 신경치료(근관치료)를 해야 합니다.
* 충치 치료 후 관리법
병원에서 충치 치료를 받으면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가 다시 썩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2차 우식증'이라 하며, 주로 이를 때우는 충전 재료가 손상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깨지기 쉬운 부분에 금봉(금인레이)등의 튼튼한 수복을 권해드리는 이유는, 이러한 충전 재료의 파절로 인한 2차 우식을 막기 위해서지요. 평소에 칫솔질을 얼마나 깨끗이 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 충전물의 수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를 받은 치아는 충전 재료와 치아 사이의 미세한 틈으로 착색이 되거나 다시 썩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세밀하게 닦아주어야 합니다. 특히 그 경계면이 치아와 치아 사이라면 치실을 반드시 사용해야 2차 우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충전 재료의 수명은?
충전 재료의 수명은 2~3년 후의 체중을 물어보는 것처럼 추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즐겨 먹는 음식의 종류, 구강 위생 관리 능력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외국의 통계에서는 복합 레진은 평균 5년, 아말감은 8년, 인레이는 14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명이 더욱 짧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충전 재료는 왜 영구적이지 못한가?
입 안은 침으로 인해 항상 축축하며,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충전 재료에 전달되는 온도나 압력이 다양합니다. 충전 재료는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는 팽창하고 찬 음식을 먹을 때는 수축되어 형태가 변하므로 이와 접합한 면이 조금씩 떨어질 수 있는 재료적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자연 치아와 비슷한 성분의 충전 재료라도 수명에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또한 음식물의 종류가 질기거나 단단하면 씹을 때 강력한 압력이 가해지므로 충전 재료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거나 재료가 떨어져 나가기도 합니다.
다시 통증이나 시린 느낌이 올 때는?
충치 치료 후 이가 시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아말감이나 금 등의 금속 재료는 열전도율 차이 때문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레진은 재료 자체의 수축이나 치아와의 불완전한 접합으로 인해서 이가 시리게 됩니다. 최근에는 치료 과정에서 법랑질이 깨지거나 금 가는 것을 주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합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이가 시린 느낌이 계속된다면 치과에 가서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