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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21. 2022

치과 선택 정말 어렵죠?

문제 치아의 치료

저를 찾아오는 환자고객에게 저는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집니다. 그 수많은 치과 중에서 저희 치과를 찾아오셨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찾아오신 분들도 진정한 믿음을 드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의사와 환자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가장 중요한 것이 만들어지기에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상황이 이런데, 지인이 소개해서 고마운 마음에 병원을 찾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면 소개한 분이나 소개받은 분의 입장이나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치과를 찾아가는 것이 더 좋을지에 대해선 말이 많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의사와 직원, 분위기가 저마다 있으니까요. 하지만 피해야 할 치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제 의견이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오답은 아니니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선, ‘최고’라는 말을 남발하는 치과입니다. ‘최고 진료’를 표방하고 있는 광고를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요? 공식적인 인증이나 비교 평가를 받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인터넷, 지하철, 버스, LED 전광판을 이용하여 연예인까지 내세운 광고가 시중에 범람하고 있습니다. 범람하는 의료광고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보다는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억 원의 광고비를 충당하려면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수가가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광고로 쌓은 인지도가 진료의 질을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광고 대신 소신 진료에 심혈을 기울이는 치과를 찾아야 합니다.


타 치과에 비해서 진료비가 너무 낮은 것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저가 진료’, ‘00 치료를 하면 스케일링이나 치아미백이 공짜’ 등을 내세우는 치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가 이하의 손실분은 어떻게 채울까요? 치료비에 대해서 민감한 몇몇 진료에 대해서는 진료비를 낮게 책정하고 나머지는 오히려 비싸게 받거나 과잉 진료를 하게 됩니다. 특히 급여 의사나 직원들을 고용해서 인센티브를 시행하는 치과에서는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이런 과잉 진료가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치과의사로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사가 자주 바뀌거나 시설투자를 너무 하지 않는 치과는 없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1년에 문을 닫는 치과가 전국적으로 700개가 넘는 사실을 아십니까? 이런 치과들의 대표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가 자주 바뀐다는 것입니다. 의사가 자주 바뀌는 것은 그 치과의 소유주는 따로 있고 고용된 의사가 마치 비어있는 집을 관리하고 있는 ‘관리인’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희는 이들을 ‘관리의사’라고 부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훌륭하고 양심적인 관리의사도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수의 관리의사들은 곧 자신의 진짜 병원을 차리기 위해 그 병원을 그만두게 됩니다. 최근에는 경기 탓에 오랜 기간 근무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스갯소리로 저희들끼리는 ‘관리의사는 1년’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장기 근무는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직접 돌보지 않는 치과는 늘 ‘깨진 유리창’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가의 인테리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큰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늘 주인이 깨끗하게 관리하는 가정집처럼 시설과 관리에 신경을 쓰는 치과는 그 병원에 대해 갖는 애착만큼 오래 유지됩니다. 치과 치료는 일관성 있는 치료와 꾸준한 유지관리가 중요한 분야입니다. 의사가 자주 바뀌거나 혹시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치과라면 선택해서는 안 되겠지요.


입소문이나 소개를 받고 치과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한 치과를 믿고 의사와 직원과 교감을 갖는 것입니다. 입소문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100명 중 한 명이 만족했는데, 그 한 명이 빅마우스일 수도 있고, 100명 중 한 명만 만족하지 못했는데 그 사람이 미용사나 약사일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정치인이 아주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미용사, 약사랍니다. 그만큼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의료에 대한 통계적 허상은 사실 많습니다. 미국에서 호흡기 사망자의 수가 가장 많은 주가 애리조나라고 해서 그곳이 살인적으로 공기가 나쁜 곳일까요? 실상은 전국에서 공기가 가장 좋아서 전국에 있는 호흡기 환자들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사망자까지 나왔습니다. 이 병원이 진원지일까요? 사실은 각지에서 발병한 환자들이 이 병원으로 다 모인 까닭입니다. 호흡기 질환의 명의가 가장 많은 이 병원으로 말이지요. 


치과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은 사랑니 발치나 임플란트 수술 후 통증, 감각이상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는 치과는 꼭 문제가 많은 치과일까요? 웬만한 의사들은 뽑기 꺼리게 되는 어려운 사랑니 발치나 고난도의 임플란트 수술을 잘하는 병원에서 이런 문제도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단순한 소문에 근거해 치과를 선택하는 것도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지요.


개인의원을 찾아가느냐 대학병원 급의 치과를 찾아가느냐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의료기관에 대한 인식이 체계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치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치과와 대형치과, 대학병원 치과 등에서 이루어져야 할 내용은 사실 조금씩 달라야 합니다. 치료의 난이도에 따라서 즉 개인의원을 정해서 다니되 큰 병원으로 의뢰가 필요한 경우 치과의사가 자발적으로 의뢰를 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학병원과 개인의원 간의 원만하지 않은 소통 또한 이런 의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 원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개선이 많이 이루어져서 환자들이 더 편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혹시 제 설명 때문에 오히려 치과 선택이 더 어려워지셨나요? 그래서 때론 ‘아는 게 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게 약’ 일 수도 있는 법입니다. 자주자주 검진받으시면서 믿음이 가는 병원을 선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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