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친구들은 모두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후드득 눈물을 터트렸는데, 처음엔 깊은 마음을 나눠줘서 고맙다고 생각했고, 두 번째엔 그렇게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니 다행이라 생각했고, 세 번째엔 난 누군가를 울리는 사람인가 잠시 고민했다.
울고 있는 마음을 일으켜주느라 정작 내 이야기는 시작도 못했지만 누구나 다 울고 싶은 일 서너 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구나 생각하니, 내 슬픔은 별일도 아니구나 싶었다. 긴 여름밤은 너무 더웠고, 우리는 사는 일에 모두 조금씩 지쳐있었고,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러다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터트리게 하는 서로를 만나 아팠던 상처들을 흘려보내고 다시 걸어갈 만큼 가벼워진 마음을 데리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날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은 아팠지만 빛났고, 나는 그런 우리가 좋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했다.
언제 봐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서로가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조용한 침묵마저 위로가 될 수 있어서 좋았고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읽혀지는 마음들이 좋았다. 그간 켜켜이 쌓아온 우리의 삶이 대견하고 애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