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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날들 Jul 12. 202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 <나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대학 졸업 후 뉴욕 한복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승승장구 커리어를 쌓아가던 어느 날 암으로 투병하던 친형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겪게 된 작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독한 무기력감에 빠진다. 그리고 지독한 현실을 피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되어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누군가를 잃고 나면 삶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한동안 그 구멍 안에 몸을 움츠리고 들어가 있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 고통의 시간을 위대한 작품들이 주는 조용한 위로에 기대어 견뎌낸다. 수천년의 시간이 담긴 고대 유물들과 비너스와 아도니스 그리고 피카소와 모네에 이르기까지 숭고하고 장엄한 예술 작품들과 미술관을 방문하는 수없이 다양한 형태의 방문객들까지.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시간을 통해 작가는 깨닫는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이어 붙여가는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 책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던 저자가 미술관이라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에 숨어 깨닫게 된 삶과 죽음, 그리고 일상과 예술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담담히 기록한 책이다.      


언젠가 한번쯤  

눈부시게 위대한 작품 앞에서 경탄했었거나 

숭고한 작품에 담긴 화가의 처절한 염원이 지친 삶의 동력이 되었거나

예술을 통해 내 삶에 하찮게 여겨졌던 것들이 의미를 찾게 된 순간이 있었다면    

그런 당신에게도 분명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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